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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6. 2024

서핑, 송정에서 놀자

서핑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송정 바닷가.

그래서인지 한적하던 송정해수욕장이 서퍼들의 열기로 벌써부터 후끈 달궈지고 있었다.

수상 스포츠가 아직은 때 이른 감이 드는 데도 말이다.

파도와 놀며 서핑 즐기는 젊은이들의 함성이 퍽도 싱그럽게 들린다.

그들은 신록 눈부신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맑고 힘찬 기운이 전이되는 느낌이 든다.

송정에는 서핑학교가 있어서인지 파도타기에 서툰 초보 서퍼들이 많았다.

전에는 조용한 바닷가라서 찾곤 한 송정, 그러나 송정은 순전히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변해 있어 놀라웠다.

식당이나 횟집보다는 서핑객을 위한 푸드 트럭과 카페 위주로 바뀐 상권이라, 갑자기 길 잘못 든 올드 타이머 아니 왕 어르신이 돼버린 기분.   

불시착한 열기구를 탄 이방인이 된 듯 낯설기도...

해운대에서 미포 지나 청사포 돌아서면 송정 구덕포에 이른다.

죽도에 올라가 편안한 산책로 따라 섬 둘레를 돌았다.

왜란 때 화살로 쓰이던 시누대가 송림 새새 많이 자라 이름이 죽도라던가.

남쪽 바다에 면해있는 송일정까지 걸었다.

일출과 월출 조망권이 훌륭하다 소문난 대로 탁 트인 바다 전망터로는 자리 최고였다.

 완만한 언덕길로 해서 이번엔 구덕포구로 내려갔다.

자그만 어촌 풍경이 열리면서 홀연 셈뻬이 냄새가 스며들었다.

마스크 벗고 흠흠 파래 내음이 나는 방향을 좇아가 보았다

부둣가에 정박된 소형 어선 앞, 둥그렇게 사려둔 어구인 밧줄에 새파랗게 붙어있는 파래.

파래는 마를수록 풍미가 더 짙어지는 거 같았다.

고향 포구이듯 불현듯 구덕포가 정겨이 안겨왔다.

이처럼 송정 해수욕장 왼쪽으론 아담스러운 죽도공원이 봉긋 솟아있고 우측 멀리로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윤곽도 잡힌다.

바다엔 즐거운 서퍼들 여전히 그들만의 샹그릴라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와 즐기는 서퍼들을 보면서 모래톱을 걷기도 하고 죽도공원 한 바퀴 돌아 구덕포로 내려가 포구 구경도 했다.

한참 걸어서인지 시장기가 돌기에 귀갓길 재촉하려다 이왕 바닷가에 왔으니 물회를 먹기로 했다.

햄버거로 한 끼 때우지 못하는 토종 식성,
면류는 스파게티조차 즐기지 않으니 열무김치 비빔밥집이라도 있으면 안심하고 들어가겠는데 여긴 해안가다.

송정 해변로를 따라 상가 쪽으로 직진하며 간판을 훑었으나 카페와 레스토랑만 눈에 띈다.

가도 가도 횟집이나 해물탕집 같은 건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송정이 젊은이들을 위한 아지트로 바뀌었는지 아무튼 나이 든 이들이 들어갈 만한 음식점은 전무하다.

곳곳에 진을 친 푸드트럭도 하나같이 젊은 층 입맛 위주의 간편식뿐이다.

해변도로 끝에서 끝까지 섭렵하다가 겨우 한 , 다행이 규모 갖춘 깨끗한 식당을 찾았다.

포항물회집 간판이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반갑고 고마울 지경이었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여기도 거의가 젊은이들, 송정은 어느새 노장들 설자리가 없는 이방지대로 변해버렸다.

더구나 연중무휴에 영업시간이 놀랍게도 새벽 네시까지, 역시 혈기방장한 청년들의 해방구인 송정이다.

회덮밥을 주문했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까사리무침이며 다시마초절임이 깔끔한 맛이라 김치는 거들떠도 안 봤다.

너른 대접에 담긴 밥과 야채 위에 회가 제법 두툼하게 얹혔고 날치알과 배도 넉넉히 올려졌으며 참기름 내 고소히 풍겼다.

고루 비빈 회덮밥에 곁들인 따끈한 담치 미역국은 시원한 맛에 한 그릇 더 추가했다.

원래 느리게 먹는 습관대로 천천히 맛 음미하며 한 대접 포식하고 나왔더니 어느새 밖은 짙은 감청빛 밤이었다.

 

위치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 송정 해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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