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코리아! 월정 바다

제주도 동쪽 해변길 따라 반 바퀴 돌기로 한 주말이다.

이번엔 월정리 해변으로 들어섰다.

초입에서 우연히 작은 못을 만났다.

뜬금없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생각잖은 장소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연못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말라 빠진 묵정밭 가장자리에  웅덩이처럼 나있는 자그마한 못.

물풀이 빡빡하게  우거져있는 데다 연못 위로 고추잠자리 떼 지어 날아다닌다.

수련이 함초롬 피어있고 어리연꽃도 샛노라니 해맑은 표정으로 맞아준다.

직사광선 진종일 쐬느라 촌아이 같아진 낯빛 당당히 들이대 슬몃 미소 짓게 만드는 수초들.

바로 이런 순간들이야 말로 걷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 아니랴.

차를 타고 휑하니 달린다면 거의가 놓치고 말 정경들이니까.

숨어있는 작고도 조촐한 이 같은 축복 누리는 그 맛에 즐겨 길을 걷는지도.

색색의 서핑 보드가 주르름 세워져 있는 보드 대여점들이 시선에 확 들어온다.

오우! 예!!! 그렇다면 남쪽 색달해수욕장이 서핑의 성지라는데 여기는 동쪽 서핑 천국?

폼 나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을 보겠구나.

곧이어 푸른 파도 출렁대는 바다가 펼쳐지리라.

경쾌한 리듬이 하얀 파도 앞세워 밀려든다.

Beach Boys의 Surfin' U.S.A가 아니라 서핑 월정 바다다.

오른편 언덕에 풍차가 괜히 서있겠는가.

산업용 풍력발전기라기 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풍치용 풍차 같기도.

좀 전에 들른 세화해변과는 노는 급이 다른만치 완전 물도 다르다.

우선 바다 품섶이 아주 너르다

파도 규모도 크고 밀려드는 횟수도 잦다.

물 깊이는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듯 하나 아무튼 바닷빛 연한 옥색에서부터 점차 에메랄드로 짙어진다.

여긴 주로 젊은이들과 단체팀, 외국인들이 몰렸다.

초보들도 서핑하기 안전해서 아마도 교습을 받고자 다수 찾아들겠다.

서퍼들 중엔 직립한 채 자유자재로 파도를 즐기는 고수들도 많은 편이지만.

방파제 역할을 하는지 해안 도로를 따라 펼쳐진 왼편 바다는 수영객을 위한 바다.

같은 해변인데도 풍차가 선 곳은 파도가 센 편인데 이쪽 바다는 파도라고 불릴 수도 없는 잔물결 남실거린다.

알록달록 원색의 비치파라솔 행렬도 꽤 된다.

전 세계가 환경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초비상, 유월 무더위가 덮치자 그러나 바닷가는 더욱 활기를 띤다.

야영 텐트를 친 학생들과 아이들이 물에서 함성을 지르며 신나게 놀고 있다.

여름 첫머리에 찾은 제주 푸른 바다에서 모쪼록 즐거운 추억 한가득 쌓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