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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6. 2024

웨이브 시티 다대포, surfer들 부르네

필라델피아 델라웨어 강과 스쿨킬 강에서 카누와 카약을 타는 청소년들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았던 게 이십 년 전.

엔젤레스의 말리부 해안에서 하얀 요트를 타거나 윈드서핑 즐기는 젊은이들을 아득한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놀란 점이 한두 가지 아니지만, 그중 한국에도 수상 및 해양 레포츠 동호인들의 저변이 어느새 크게 확대돼 있었다.

롱비치 항에 줄지어 도열해 있는 요트를 보며 텅텅 빈 수영만 요트 계류장을 떠올렸더랬는데 동해 연화리 해안에도 요트 즐비했다.

이국적인 아난티 코브는 그럴 만도 하지만 어촌에 웬 요트? 어쩌다가 립밴윙클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여기서도 어리둥절 저리가도 우왕좌왕, 영락없는 구시대 화석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줄 끊어진 연처럼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진 채 완전 노친네 꼴로 촌티 풀풀 내면서 말이다.

밀레니엄 이전의 시대에 멈춰 선 안목으로야 그 변화의 정도가 하도 심해 그저 신기하고 진기하기만...

다섯 시경이면 여명 밝아오는 다대포 바닷가,


새벽부터 거듭거듭 밀려오는 파도, surfer를 불러대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서퍼들이 하나둘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등장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파도를 자랑하는 웨이브 시티 다대포 해변.

수심이 얕아 안전하며 파도가 매우 길어 라이딩을 오래 즐길 수 있어 묘미 각별하다는데.


다만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이라서인지 임랑, 송정만큼 물빛 투명하지 않은 게 흠이라면 흠.

사실 연안정비 사업을 펼치기 이전의 다대포는 심히 오염된 바다로 형편없이 낙후된 채 외면당하던 포구였다.

갈대 어지러이 우거진 지저분한 하구로, 쓰레기나 쌓여 해수욕장 구실 변변히 하지도 못하던 다대포.


쓸모없이 버려진 습지를 정비해 해송부터 심어 방풍림을 조성했다.


소나무 숲을 감돌아 흐르는 해수천을 비롯해 산책코스와 이어지는 생태탐방로 데크길도 만들었다


그 밖에도 다목적 광장, 주차장, 경관조명, 워터파크 등 관광지 기반 시설도 차근차근 갖춰나갔다.


무엇보다 2017년 도시철도 1호선이 연장되며 다대 구간의 개통으로 다대포는 환골탈태하여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지하철로 빠르고 편리하게 새해맞이 일출을 보러 다대포 몰운대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봄이면 낙동강변의 유채꽃과 조팝꽃을 만나러, 여름이면 부드러운 백사장과 수심 완만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가을 되면 을숙도 갈밭에서 수천 마리 후조 떼를, 겨울엔 거친 해풍이 빚어놓은 진풍경인 모래톱 砂丘나 백합등 사구도 접할 수 있는 다대포.


요즘엔 서핑 인구가 늘어나며 초보 서퍼들을 위한 강습 학교도 생기고 보드와 슈트 렌털 해주는 곳이 여럿 생겨났다.


다대포 바다는 완만한 데다 해안선이 길어 역시나 국내에서 가장 긴 파도를 즐길 수 있는 호조건을 갖춘 덕에 서퍼들의 아지트가 됐다는데.


아주 이른 시각부터 젊은이들이 서핑 보드를 끼고 꾸역꾸역 모여들어 저물녘까지도 함성 지르며 파도타기에 여념이 없다.


창공 가르며 드높이 나르는 카이트 보더, 패러글라이딩과 서핑이 합성된 카이트 보딩 즐기는 젊은이도 흔하다.   


특히 말로만 들었던 대로 백합등에서 떠밀려온 맛조개 꼬막 대합 따위를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겠고.


시원한 물놀이도 즐겁지만 꼬맹이들은 신나는 갯벌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바다가 다대포다.


지하철 다대포해수욕장 (종착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다가 아주 가깝다.


분수광장으로 가려면 4번 출구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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