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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4. 2024

산방산 유채꽃과 기후변화 홍보관


저만치 산방산이 마주 보이는 화순에서 차를 내렸다.

올레길 좇아 금모래해변으로 해서 화순 곶자왈을 걸어보니 길이 좀 후미져 이번에는 차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휘적휘적 사방 둘러보며 걸어가던 중 길 건너 야트막한 언덕에 선 방사탑이 눈에 띄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해 사진 한판 찍으려고 차가 뜸해질 때까지 별렀다.

평일이라도 도로는 쌩쌩 달리는 차들이 워낙 많아 한참 기다렸다가 길을 건넜다.

산방로 양편에는 유채꽃 하늘거렸다. 유채꽃 노오랗게 일렁대는 관광 제주이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사진을 찍다 무심코 내려다본 발치, 혹시나 일찍 나온 비암이라도 있을까 조심하면서 살폈으리라.

그때 잡초들 새로 눈길 끄는 풀잎이 있었다.

손끝으로 잎새를 비빈 다음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달래향이었다.

육십여 년도 더 전에 복사꽃 핀 외가 마을에서 캐본 달래다. 순간 아마도 얼굴이 환해졌으리라.

요즘 들녘 걸으며 재미 들인 쑥을 뜯으려고 가져온 과도 꺼내 뿌리 다치지 않도록 살살 달래를 캤다.

더러는 구슬 같은 뿌리가 잘리기도 했지만 달래 양념장도 만들고 달래된장찌개 끓일 생각에 미리부터 군침이 돌았다.

먹을 만치 한 줌 거리만 캐고 다음에 생각나면 또 와야지, 싱긋 웃으며 일어났다.

자연의 선물 안겨주려고 기꺼이 품섶 연 산방산도 미소 짓는 거 같았다.



전날 그리도 청명하던 하늘은 그러나 여전 심술부리듯 부루퉁했다. 스모그 때문이다.

황사만도 미세먼지만도 아닌,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발 석탄 스모그에다 한국 거리를 메꾼 자동차 매연이 그 원인이다.

봄만 되면 더욱 기승부리며 시야 갑갑하게 만드는 대기오염물질은 물질문명의 부산물.

생활의 편리를 좇으면 좇을수록 환경공해는 가일층 더 심해질 터다.

이번엔 산방산 아래 용머리 지질 트레일 코스 쪽으로 길머리를 잡았다.

한 덩이 수석같이 앉아있는 산방산을 사방에서 둘러보면 그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통상 사진에서 본 형상이 아니라 너브죽한 육산이었다가 깎아지른 암산이었다가... 그 변화상이 신기막측하다.

사계해변 혹은 용머리해안에서 찍은 산방산 정면이 아니면 이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대로 바로 아래, 바다와 마주해 전망 좋은 터에는 어디나 그렇듯 대형 카페가 자리 잡았다.

소위 핫플로 뜬 카페인 듯 주차 차량 즐비한 마당 일별하고 우측 길로 진입, 황우치 해변의 황망대를 거처 올라갔다.  

이 길은 산방산에서 용머리해안 둘러 사계해변까지 이어지는 지오 트레일 A와 B 코스다.

 

모래 미끄러운 비탈길과 데크길 지나 산방 연대로 향했다.

삼십 대 때는 부연 한옥집  지붕의 기와 손본다며 잘도 올랐는데 왜 그런지 고소공포증이 가일층 심해진 요즘.

언덕 꼭대기에 오도카니 선 연대라 겁이 나서 돌계단 오르려다 얄궂게도 두 번이나 중도 포기했다.

바윗돌로 단단하게 쌓은 연대. 그 높이도 제법 고도​(高度)가 되는 양 무서워하다니.

하긴 우뚝 선 자리라 저 아래 해수면에서부터 측정하면 해발 높이가 제법 됨직하다.

그래, 하지만 삼세번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다.

봉화 불 대신 낮에는 연기를 피워 다른 연대로 위험을 알리려는 목적이니 높직하긴 하나 애들도 성큼성큼 오르는 연대.

난간만 있어도 의지처가 되련만, ㅠ 위로 올라갈수록 네발로 엉금 기다시피 아무튼 등정에 성공!

과연 조망권 다르긴 달라 사진 몇 컷 찰칵.

높은 데서 하계를 내려다보니 용머리해안 둘레길에 개미만 한 사람들 움직임이 보였다.

전에 꼼꼼스레 둘러봤지만 때마침 물때 맞춰 왔으니 용머리도 당연히 들어가 봐야죠.

시장터 다 된 해안길, 갯바위라도 전혀 미끄럽지 않아 한 바퀴 도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혼자 여행 온 처자와 서로 사진 찍어주기 놀이도 했다.

 
산방산 아래 비탈길따라 연초록 유채밭 가득, 유채꽃 문 꽃대궁 산들거렸다. 활짝 핀 꽃송이 숫제 지천이였다.

그간 다녀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식당 겸 갈염색도 한다는 커다란 건물이 버티고 서 있었다.

하여간 재주들도 퍽 좋다.

경관보호 지역에 조망권 해치는 저런 건물을 짓는 뱃장도, 허가 내준 해당기관도 용기 한번 대단하다.


맘먹고 몇 차례 왔어도 번번 개방되지 않던 기후변화 홍보관 문이 마침 열려있기에 들어갔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기분대로 살다가, 막상 지구가 망가져 버린 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쑤꽈?

그처럼 지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피부에 와닿는 절실한 호소로, 보다 더 실제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건만.

화석연료는 지구를 뜨겁게 달궈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한다는 건 누구나 배워서 알기는 안다.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해 홍수가 잦아지고 가뭄과 사막화 현상이 가속되며 생태계 변화가 야기된다고 경고한다.

빙하의 유실로 해수면이 높아져 오십 년 안에 북극곰이 멸종될 위기라는 얘긴 누차 들었다.

기온 상승으로 녹아내리는 지구.

그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는 하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행이 따르지 않는 앎이 무슨 소용?

매연, 공해, 쓰레기, 개발 같은 인간의 탐욕과 낭비가 빙하를 녹게 해 지구를 파괴하는데 그에 대한 경각심은 미미하다.

이미 1979년 제네바에서 세계기상회의가 열렸으며 1992년 리우환경협약을 체결했지만 생활 속 실천 방안이 안 지켜지면 그만.

교통량을 줄이고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는 등 전기와 자원을 아끼는 생활태도가 몸에 익혀져야 함에도 우리는?

직접 피부로 느끼듯 아열대성 기후대로 변해가는 우리나라다.



기후변화홍보관이 용머리해안에서 문을 연 까닭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그중에도 기후변화의 랜드마크인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해안의 지층은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는데 이 용머리해안 탐방로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

최근 제주 해안의 해수면 상승폭이 지구 평균의 세 배라고 한다.

하여 용머리해안 교량 및 탐방로의 인공 구조물과 판석이 유실되는 등 해안이 점점 물속으로 잠겨 들어간다고.

이런 실제적 내용의 홍보는 겨우 팸플릿으로나 나열시켜 놓고 정작 홍보관은 쭉정이, 언어도 표정도 구호도 한껏 인색하다.

미구에 쓰레기로 버려질 팸플릿이나 남발하며 영혼 떠난 안내인이 지키는, 내실도 없는 관제 행정의 본보기 같은 곳.

아시아 기후변화 교육센터라는 명칭이며 건물은 번듯한데, 내용 빈약하기 그지없어 기대치의 십분지 일도 채워지지 못했다.

여러 프로그램은 코로나 탓에 가동되지 못했다손 쳐도 '오멍가멍' 생활 속에서 배우는 기후변화 교육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알림 내용 많고 많건만 정보랍시고 고작 전시물 몇 건 게시해 놨다.

무성의하게 그것도 기획물이라고 전시 패널들 내놓았는지.

환경부 세금만 축낸 채 펜대나 놀린 탁상행정의 표본 같았다.

하이고~가비얍게 봄맞이 꽃놀이패로 놀러 와서 이 무슨 허튼짓?

자연으로 눈 돌리니 역시나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유채꽃밭에 퐁당 빠져 유채 향에 취한 채 요모조모 산방산이랑 실컷 놀다 가 용머리 해안으로 발길 옮긴 하르망님.

이어서 용머리해안은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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