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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29. 2024

법환포구, 맨 먼저 태풍을 맞는 곳

태양을 본 게 언제였나.


개갈없이 날마다 비가 오락가락했다.


유월 내내 장마비가 머물고 있는 제주도.


오늘은 호우주의보까지 발령되더니. 종일 폭우 줄기차게 내렸다.


육지로 장마전선이 북상한 모양이나 저녁답인 지금도 여전히 빗줄기 출출.


7월 들면 비에 더해 바람까지 가세한 태풍경보가 삑삑 울려댈 것이다.


지난해는 유월말부터 태풍이 내습했다.


아주 쎈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지그재그로 올라오고 있다 했다.

일본열도에 도달하는데 까지도 벌써 며칠째, 태풍의 핵이 뱅글거리며 돌고 있었다.

그 태풍이 한밤인 세시 경 제주도 남부를 통과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하루 내내 강한 바람이 거셌고 지역적으로는 비가 내렸다.

태풍 영향으로 기온이 떨어져 23도 정도다.

당분간 날씨가 궂을 테니 아직 번 할 때 태풍을 대비해 과일과 식품 등속을 사 와야겠다 싶어 마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중앙로터리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기상도를 보니 서귀포 전역에 간헐적으로 빗줄기가 좍좍 그어져 있었다.


나서는 길에 법환포구를 들렀다 가기로 하고 우산을 챙겼다.

막숙포로에서 파스텔 그림같이 아기자기한 최영로 길로 접어들었다.

범섬이 바로 코앞이고 해녀 마켓이 열리듯 해녀들의 작업장이기도 한 청정 바당이 펼쳐져 있는 곳.

여기는 해녀학교 실습장이기도 하다.

초보 해녀들이 상군 해녀로부터 1:1 멘토와 멘티로 도제수업하듯 실기교육을 받는 장소로 수심이 얕은 바다다.

얼마 전 직업 해녀 양성과정 정규 수업을 마치게 돼 해녀학교 졸업식이 열렸다는 보도를 본 바 있다.

법환 해녀학교 졸업식장에서 여러 명의 신규 해녀가 탄생됐는데 폴란드인 올리비아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파란 눈의 백인 처자다.

물질이 험하고 힘들다며 젊은이들이 해녀로 나서길 꺼려 맥이 끊길 판이라 했는데 여러모로 고무적인 일이다.



법환포구 초입에 들어서자 엉덩물과 서가름물 용천수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다는 오히려 파도도 잠잠한 채로 표정 없이 무채색 물결만 순하게 출렁거렸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는데 풍랑은커녕 물결 잔잔했다.

불과 몇 시간 후면 태풍이 곧바로 들이닥칠  판인데 거짓말처럼 바다는 고요하다.

막숙포로를 따라 난 법환 야외공연장에 올라 조형물 사진을 찍는데 느닷없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잠시 비를 피하려고 식당 쪽으로 향했다.

광장에 방송사 언론사 카메라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말로 듣던 대로다.

당시 시각은 정오 갓 지난 즈음으로 바다에 파도도 전혀 일지 않는데 벌써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 중인 촬영팀.

태풍은, 태풍의 눈이라 불리는 핵이 뱅글뱅글 돌면서 호우와 강풍을 동반하고 무서운 기세로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자연재해가 모두 그러하듯 하나같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끼치며 인명피해 역시 적잖이 발생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재난에 준하는 태풍이 한반도를 급습하곤 한다.

그때마다 법환포구는 맨 앞에 서서 온몸으로 태풍을 겪어냈다.

말하자면 북상하는 태풍을 최초로 맞는 전초기지나 마찬가지인 법환포구다.

따라서 태풍의 위력을 현장감 살려 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지가 여기다.

이번에도 법환 현장에서 실시간 중계방송이 전해질 테고 뉴스 사진도 속속 올라올 것이다.

KBS 중계차가 도착한다.

그러나 아직 바다는 잠잠하다.

시간을 체크하며 먼바다에 시선을 둔 취재진들.

태풍이 횡포스럽게 포구로 달려드는 순간, 그들은 스탠바이 큐 사인을 보낼 터다.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제주도 전역에 태풍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오늘 밤 11시를 기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건데요.

이 시각 제주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현장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검푸른 현무암과 테트라포드에서 산더미처럼 치솟아 오르는 파도를 보여주며 앵커가 운을 뗄 것이다.

이어서 우비 자락 흩날리며 다소 긴장된 표정의 기자가 짤막하게 답하는 멘트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네, 여기는 제주 서귀포시 법환포구입니다."

바로 법환포구잿빛 바다에 뜬 범섬을 바라보다 돌아섰다.


발길을 돌려 마트로 향했는데 신시가지는 비 온 흔적이 거의 없었다.

그날밤은 태풍전야 특유의 조용한 밤이었.

빗소리조차 나지막했다.

태풍이 제주에 상륙한다는 새벽 세시, 깊이 든 잠 깨우지 않을만큼 태풍은 말썽 없이 순하게 지나갔다.

올여름,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상변화에 따라 더 크고 더  쎄지며  강력한 이변이 생길 거라 예고하고 있는데 부디 별 탈 없기를.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지그재그로 올라오고 있다.


벌써 며칠째다.


그 태풍이 오늘 밤 세시 경 제주도 남부를 통과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하루 종일 강한 바람과 지역적으로는 비가 내렸다.


태풍 영향으로 오늘은 기온이 떨어져 27도에서 30도 정도, 게다가 입추가 지나서인지 더위도 한풀 꺾였다.


당분간 날씨가 궂을 테니 아직 번 할 때 태풍을 대비해 과일과 식품 등속을 사 와야겠다 싶어 마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나서는 길에 법환포구를 들렀다 가기로 하고 우산을 챙겼다.


중앙로터리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기상도를 보니 서귀포 전역에 간헐적으로 빗줄기가 좍좍 그어져 있었다.


법환포구 초입에 들어서자 엉덩물과 서가름물 용천수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다는 오히려 파도도 잠잠한 채로 표정 없이 무채색 물결만 순하게 출렁거렸다.


벌써 며칠째 해수욕장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입수를 금지시켰는데 풍랑이 일지 않다니.


불과 몇 시간 후면 태풍이 곧바로 들이닥치는 판인데 거짓말처럼 바다는 고요했다.


막숙포로를 따라 난 법환 야외공연장에 올라 조형물 사진을 찍는데 느닷없이 장대비가 퍼부었다.


 


잠시 비를 피하려고 식당 쪽으로 향했다.


광장에 방송사 언론사 카메라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말로 듣던 대로다.


당시 시각은 정오 갓 지난 즈음으로 바다에 파도도 전혀 일지 않는데 벌써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 중인 촬영팀.


태풍은, 태풍의 눈이라 불리는 핵이 뱅글뱅글 돌면서 호우와 강풍을 동반하고 무서운 기세로 상륙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자연재해가 모두 그러하듯 하나같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끼치며 인명피해 역시 적잖이 발생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재난에 준하는 태풍이 한반도를 급습하곤 한다.


그때마다 법환포구는 맨 앞에 서서 온몸으로 태풍을 겪어냈다.


이를테면 북상하는 태풍을 최초로 맞는 전초기지나 마찬가지인 법환포구다.


따라서 태풍의 위력을 현장감 살려 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지가 여기인 셈.


이번에도 이곳 현장에서 실시간 중계방송이 전해지고 뉴스 사진도 속속 올라올 것이다.


KBS 중계차가 도착한다.


그러나 아직 바다는 잠잠하다.


시간을 체크하며 먼바다에 시선을 둔 취재진들.


카눈이 횡포스럽게 포구로 달려드는 순간, 그들은 스탠바이를 외칠 것이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제주도 전역에 태풍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오늘 밤 11시를 기해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건데요.


이 시각 제주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현장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검푸른 현무암과 테트라포드에서 산더미처럼 치솟아 오르는 파도를 보여주며 앵커가 운을 뗀다.


이어서 우비 자락 흩날리며 다소 긴장된 표정의 기자가 짤막하게 답하는 멘트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네, 여기는 제주 서귀포시 법환포구입니다."


바로 그 자리에 현재 내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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