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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30. 2024

불편하고 불안스런 주변국가

<마지막 황제> 이 영화는 세 살 나이에 궁중에 들어와 지존의 자리에 오른 선통제의 일생을 조명하였다.

그는 호화로운 궁전 그러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자금성에서 내시들에 둘러싸여 귀뚜라미와 노는 어리고도 천진스러운 황제였다.

그가 격동하는 역사의 틈바구니에 끼어 치르게 되는 곤욕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부모와 헤어져 황제가 되었다가 훗날 일본의 꼭두각시 만주왕으로 추대되기도 한다.

그런 전력 때문에 공산정권이 내린 반역죄로 감옥생활을 하는가 하면 노년에 이르러서는 평민으로 강등돼 식물원의 정원사로 일하는 그.

파란만장한 생애를 산, 청의 마지막 황제인 부이의 삶을 통해 근세 중국역사를 조명한 영화가 <마지막 황제>다.

이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며 자금성은 서방세계에 그 위용을 선보였다.

죽의 장막에 가려졌던 중국에 대한 호기심은 이후 서서히 가열되기 시작했다.

천안문 너머 겹겹의 황금빛 지붕이 이마 맞댄 웅장 화려한 궁성.

그 자금성이 절대권력자인 황제의 공식 집무장소라면 이화원은 그를 위한 여름 별궁이다.

북경 인근의 뛰어난 절경지로 정평이 난 이화원.

아편전쟁으로 심하게 훼손된 것을 서태후의 명에 따라 완벽히 복구시키나,

군함 건조비 등 군비를 유용한 결과 해군력 약화로 청일전쟁의 패인(敗因)이 되었다던가.

이화원 가는 길.

한때 변방의 힘없는 작은 나라 백성이었던 우리를 태우고 가는 택시기사가 연신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한국인 최고라고 추켜 준다.

이에 덩달아 기고만장, 팍팍 기분을 내거나  상대를 얕잡는 태도는 어리석은 소인배나 할 일.

지금 우리가 그들보다 조금 더 잘 산다고 해서, 삶의 질이 조금 더 높다고 해서,
우쭐하니 콧대 높인다는 것은 겸손치 못한 짓이다.

외려 나름의 대단한 저력을 인정해야 하는 중국 중국인.

역사의 유장함에 대한 자긍심도, 중화사상이라는 민족적 우월감도, 그들의 의식 저변에 의연히 깔려있기 때문이다.

굶주린 다수의 민중을 밟고 그 위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절대군주들.

결국 청조를 마지막으로 봉건왕정은 끝났고 격랑의 세월 뒤 국민당을 밀어낸 공산당이 중국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민중을 지지기반으로 자유평등을 내걸고는 인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오십 년 가까운 사회주의 체제는 인민 모두에게 골고루 빈곤만을 나누어주었다.

결국 시장경제 도입을 시도하면서 그간의 침체에서 탈피, 세계가 주목하는 놀랄만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위험한 거대국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다는 건 불편하고 불안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국, 중국과의 관계 조절에 지혜를 모아야 하며 더더욱 국력을 키워나가야 할 게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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