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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06. 2024

수월봉 지오트레일 붕괴 뉴스에 깜놀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25979

지난 사월 중순경이었다.

그즈음 발생한 지진 여파로 천연기념물인 고산 수월봉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보름 전 그곳을 포스팅을 했기에 놀라움 더 컸다.https://brunch.co.kr/@muryanghwa/109/write   

수월봉 화산쇄설층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해안가에 약 2.8km 걸쳐 이어진 독특한 퇴적층인 화산체다.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획득한 곳이다.

수월봉 지오트레일로 이어지는 검은모래 해변 일대의 쇄설층이 붕괴되면서 훼손된 쇄설층 잔해 무게만도 수십 톤 된다고 했다.

뉴스를 접한 뒤 당장 가서 어느 정도의 붕괴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짬이 나질 않았다.

사월부터 오월 연달아 뉴저지와 캘리에서 친구들이 방문을 했고 딸내미도 다녀갔다.

유월은 그 후유증으로 몸살감기를 호되게 치른 데다 거의 날마다 비가 오거나 구름 잔뜩 낀 흐린 날씨였다.

그 와중에도 십 년 넘도록 안식년 해제가 안 된 물찻오름, 단 며칠 개방하자 어렵사리 예약해 겨우 다녀왔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도 연중 행사중 개방일자 용케 예약해서 걸을 수 있었고.

칠월은 장마철이지만 컨디션 회복되자마자 궂은 날씨 무릅쓰고 그여이 한경 수월봉으로 달려갔다.

그곳까지는 시간 반 좋이 걸리는 거리다.

수월봉 정상의 고산 기상대 하얀 돔 바라보며 들판길 걸어 당도한 엉알길.

제주어로 엉알은 절벽, 따라서 벼랑 아래 나있는 길이다.

바위 언덕 사이 정면으로 푸른 바다가 와락 안겨든다.

왼쪽 길로 내려가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지질공원 장엄한 암벽이 기다린다.

오른쪽 길은 검은모래 해변을 따라 걷는 엉알길이며 서서히 차귀도가 드러날 터다.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는 사고 지점은 어디쯤일까?

걸음 옮기며 초조하게 두리번거리던 시선이 곧장 돌무더기 앞에서 멈춘다.

위험을 경고하는 노란색의 출입통제선이 길을 가로막는다.

당산봉으로 가는 엉알길이 폐쇄됐다.

뉴스만 듣고는 엄청난 사달이 난 줄 알았는데 사실 염려했던 것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다.

휴~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 아닌가.

출입통제선에서 안전모를 쓴 젊은이가 고개 끄덕이며 "이만해서 다행이라고 다들 그래요" 라며 설핏 말꼬리를 흐린다.

내가 무참스런 민망감으로 얼버무렸듯이.

바로 사고 현장 목전에서 노골적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다니...ㅉㅉ

김녕굴은 20여 년 전 낙석 위험으로 폐쇄됐는가 하면 중문 갯깍주상절리대도 출입이 통제됐다.

산방산은 낙석사고가 빈발, 그물망을 쳤으며 2021년 백록담 남벽 사면에서 일부 붕괴가 일어났다.

지난 연말 만장굴 초입 바위가 떨어진 후 전체 정비와 보수를 위해 만장굴은 2025년 7월까지 폐쇄한다.

근자 섶섬에서 여러 차례 낙석 사태가 발생, 섬을 감싼 주상절리 암벽이 부분적으로 붕괴, 유실되기도 했다.

자연유산의 붕괴나 유실은 풍화와 침식, 식생 발달로 인한 변화, 집중호우, 태풍, 지진 등으로 자주 발생하는 자연현상이긴 하다.

마침 만장굴 작년 초에 다녀왔는데 내년 이맘때까진 가볼 수가 없게 됐다.

이처럼 언제 갑자기 변고가 생겨 다신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자연현상의 하나가 옐로스톤.

그래서 아들이나 친구들이 한국에서 방문했을 때 적극 가보길 권한 곳이 거기였다.

내심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가 엉알길 현실로 돌아와 분위기를 바꾸려 안전모에게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언제 현장 수습하고 엉알길 재오픈되나요?

그게 쉽지는 않을 거라며 아마도 해를 훌쩍 넘게 되지 싶단다.

도 차원은 물론이고 자국 땅일지라도 한국에서는 일체 손을 댈 수 없으며 현장을 고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

즉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 국제단체가 자체 현장확인부터 한 연후에 대책을 수립하고 보수하는 것 역시 오롯이 그쪽 몫이란다.

해서 꼼꼼스레 보수 마치고 재개장하려면 몇 해 걸리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왼쪽 석벽길은 가볼 수 있기 망정이지 빨리빨리 한국인 체질과는 동떨어진 일처리로 언제나 다시 전체 엉알길을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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