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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5. 2024

페루 쿠스코, 동심원 그리며 다가서는 황토색 향수

담황색 기와지붕은 스페인을 비롯 서유럽을 상징하는 색깔로 쪽빛 지중해와 멋지게 보색 대비를 이룬다.


이탈리아 피렌체며 베네치아에서, 프랑스 리옹과 아비뇽에서, 고풍스럽고도 격조 있는 담황색 지붕에 혹했었다.


잉카의 고도 쿠스코는 스페인 영향으로 지붕이 온통 황토색이었다.


아, 그랬구나!  


며칠 쿠스코 인근을 돌아다니다 보니 토지의 맨살 거의가 붉은 황토.


그 흙으로 빚어 구운 기와라 당연히 저 빛깔이 나올 밖에.


시가 중심지에서 하얀 연기 뿜어 올리는 저곳은 쿠스코 맥주공장.  


낮은 고도로 뜬 비행기에서 찍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쿠스코.


향수를 자극하는 그곳이 그새 다시 또 가고 싶어 진다. ​


 


웬 무지개 깃발이람, 쿠스코는 동성애자 도시인가? 처음엔 무척 의아했었다.


알고 보니 잉카 제국을 상징하는 무지개로

그 깃발은 항시 페루 국기와 나란히 게양된다.


하늘과 땅, 과거와 미래를 이어준다는 의미가 담긴 잉카인의 무지개,


영생을 믿었던 그들답다.


모라이 유적지를 다녀오자 그들의 우주관이 더욱 체감됐다.

황토 기름진 밭자락에 이삭으로 봐서 보리 비슷한 곡물인데 귀리인지 밀인지가 비바람에 초록파도로 출렁거렸다.


흙이 좋아서인지 무성하게 자란 옥수숫대, 감자는 포기마다 꽃 흐드러졌다.


농투성이 되어 밭일하며 엎드린 촌노 목덜미 에는 주름살 깊은 골을 이뤘다.


잠깐 허리 펴고 무심히 웃는 할머니.


빠진 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얗게 웃는 얼굴이 감자꽃을 닮았다.


인디오 순박한 표정이 나온 건 감자꽃에서였으리라.


망개 잎 오므려 석간수 받아먹던 그 옛날이나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잃어버린 질박함.


영영 사라진 순수가 아직도 여기엔 그대로 간직돼 있다.


하여 진심 살아보고 싶은 쿠스코였다.​


발전된 사회에 취해, 산업화의 편리추구에 중독돼, 영원히 사라져 버린 유년의 고향 풍경이다.


모두가 한결같이 소박하고 순후했던 그 시절.


저 들길 끄트머리에 그리운 얼굴들 분꽃이듯 피어나 턱 고이고 기다릴 것 같았다.  


해서 부드러운 황톳길 따라 하냥 걸어가 보고 싶었다.


어쩐지 내 고향같이 정스럽게 느껴지던 그곳이다




19세기말부터 일본인들은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페루로는 농업이민을 갔다.

우리나라에서 브라질로 농업 이민 가던 시기보다 오십여 년은 더 빠른 걸로 알고 있다.

일찍이 근대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로 뻗어나가 선진문물을 배워온 일본은 본디 개척자 기질이 있었던가.  

모라이 유적지와 인근 땅을, 일본 식자층 누군가가 직접 와서 보고 용단 내린 이민 결정이었지 싶다.

 그 옛날 이미 과학영농을 추진한 잉카인들의 기술력에다 무진장 너른 기름진 땅이 부른다면?

안데스 장엄 설산은 멀리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 것이다.

모라이는 잉카인들의 농업 시험장이라고 설명을 한다.

AC 1400년 경에 그들이 사용한 계단식 밭으로 해발 3,500m 언덕 위 분지에 몇몇 개 자리했다.  

역사가 전통으로 굳어졌는지 쿠스코 인근에서 층층밭은 쉽게 눈에 띄었다.

안데스 산맥의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도 생산량을 높일 수 있도록  시험재배 통해 품종을 개량하는 등 연구 활동을 편 곳, 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가이드 표정에 자긍심이 어린다.

매 층계마다 온도가 5도 정도 차이 나고 흙 성분도 각기 다르며 동심원의 맨 아래 중앙에 서면 태양의 정기를 오롯이 받을 수 있다 하였다.

태양신은 거기서 잉카의 생명줄인 곡물 퀴노아, 치아를 비롯해 감자, 옥수수를 통통 여물게 해 줬다.

더불어 잉카인들에게 맑은 지혜를 채워주던 설산 안데스였다.

그런데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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