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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6. 2024

설설 끓으면서도 시원한 이 맛은 뭐지?

함안에서 연꽃 구경부터 하고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시도 때도 없이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국밥집이다.

함안식당이 아니라 이름은 대구식당이다.

소문과는 달리 식당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가건물같이 허름한 전통 한우국밥집, 간판도 수수하다.

다만 가게 앞 너른 공터 주차장에 차가 여럿 정차해 있다.

아침밥으론 늦고 참으로는 이른 열 시경인데 손님은 계속 들어온다.





함안은 오래전부터 5일과 10일 가야 오일장이 열린다.

전통 시장이 서는 오일장날이면 새벽부터 우시장도 섰다.

우시장 도축장에서 즉각 공급받은 소고기와 선지는 신선하다.

좋은 재료를 알맞게 넣고 끓여서인지 국밥 맛이 좋기로 유명한 함안국밥이다.

사골, 사태, 양지머리 넉넉히 가마솥에서 푹 고아야 육수가 진하다.

깊은 맛 우러나도록 매매 고은 다음 콩나물 수북 넣어 끓인 소고깃국.

거기에다 밥이나 국수 말아 술술 후추 뿌린 국밥이다.

국밥이 나오기 전 먼저 한우불고기 접시부터 나왔다.

석쇠에 구워서 훅~ 퍼지는 고유의 숯불 내가 미각을 자극한다.

얇으레 해서인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도록 부드러운 불고기는 금세 접시가 비워진다.

장성 우시장 앞에서 먹었던 국밥집이 생각 켜졌다.


메뉴가 단순해 선택은 둘 중 하나, 쇠머리 국밥과 내장국밥이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고집하는 식객이라면 이렇듯 투박진 대접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우시장 국밥은 바로 이 맛을 즐기는 거다.

국밥 뚝배기에 새우젓 적당히 넣어 간을 맞춘 다음 양념장도 약간 풀었다.

첫 수저를 떠먹어보니 이리 궁벽진 시골의 보잘것없는 식당이 어떻게 유명해졌을까, 답이 금방 나왔다.

걸쭉한 국물이 입에 착 감기는데 구수하고도 달았다.

원재료 넉넉히 넣어 푹 끓이고 오래 고아야 나오는 깊은 맛, 그야말로 바로 진국이었다.

뜨거운 국밥을 연거푸 떠먹으면서 시원하다는 소리가 저절로 따라 나왔다.

전혀 멋 부리지 않은 담백한 맛이요, 분위기요, 상차림이었으니 그 색다름만으로도 특식 흡족하게 즐긴 셈이다.


연이어 김 펄펄 오르는 국밥이 나왔다.

벌건 국물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첫 술을 떠 후~ 불고 나서 먹어본다.

몹시 뜨거운데 기차게 아주 시원하다.

으음! 이 맛이야! 깔끔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충청도식 육개장과도 비슷하다

지난번 대구에 갔을 때 시간이 없어 대구 명물인 얼큰한 따로국밥 못 먹었는데 마침맞게 잘 먹었다.  

유명세 괜히 나오겠는가.

한창때 장정처럼 한 대접 금방 게눈 감추듯 비우고 다음 행선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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