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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3. 2024

서귀포의 사계, 꽃향에 취하다

찰나보다 조금 길까. 봄꽃의 한 생은 아쉽도록 짧다.

절정의 순간은 잠시, 그 아름다움을 때맞추어 본다는 것은 여간한 행운이 아니다.

유채꽃 잔치에 이어서 춘정에 겨워 겨워 산기슭마다 불을 지르는 한라산 진달래와도 만났다.

사월 초 배를 타고 가파도에 가 청보리밭 푸른 맥파에 취해 들었다.

오월이면 난초로 불리는 노랑붓꽃 등꽃 연연한 빛 곱디 곱고, 들녘에 덤불 져 피어나는 인동초 꽃향기도 유혹적이다

하지를 넘겨 폭염 이글대는 여름의 복판.

염천의 열기가 정수리에 따가운 한낮, 수련 핀 걸매공원을 찾았으며 목백일홍 꽃을 보러 법화사에 갔었다.

아무 데나 터 잡으면 방석 자리만큼 번지는 분꽃 무성한  골목 지나 가을 알리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축제장 들러보았다.

Come September 선율 흐르는 가운데 구월이 오면  억새와 갈대꽃 하얗게 나부끼는 오름에 오를 생각으로 벌써부터 행복하다.

그리고 겨울 한라산 천백 미터 고지에서 눈꽃 날 기다릴 테니 이 어찌 설레지 않으랴.


정월 동백 꽃잎 휘날리는 위미리 동백원 곁에 향그러운 귤향 번지고

동백 붉은 꽃잎 흥건히 깔린 카멜리아힐/마르니 블랑 정원의 수국 마른 꽃

이월 하논 분지에 깔린 자운영 꽃/유채꽃 소식은 동쪽 성산포구에서부터

서귀포엔 어느새 흐드러진 벚꽃길/산방산 기슭에는 연노랑 유채꽃 향연

춘삼월 온누리에 만화방창 유채 흐드러지고/ 예래생태마을 물길 따라 벚꽃길 이어지고

사월 가파도 청보리밭 물결 져 출렁대는 맥파/진달래 만발한 숲 사잇길

신록 숲에 은종 조롱조롱 매단 때죽나무꽃/너무도 개성적인 네 이파리 산딸나무꽃 백설처럼 새하얗고

청신한 오월 물가에는 노란 붓꽃 한창/ 이에 질세라 보랏빛 아이리스도

연보랏빛 주렴 드리운 오월 등꽃/들길 산길에서 향기로 손짓하는 금은화

유월 철쭉 만발한 한라산 둘레길/영실 윗세오름 철쭉과 백록담 이마

상예리 마을 돌담가에 핀 능소화/백록담 아래 남벽분기점 인근의 구상나무

하얀 귤꽃 향그러이 피었는데 하귤은  아직도 나무에 /칠월도 하순, 겨워지도록 싱싱한 하귤 샛노란 약천사

폭우 쏟아진 뒤 엉또폭포 오가는 길에 수국 가득 핀 어느 카페/감귤농장이 있는 엉또산장에도 수국꽃 지천

성산 일출봉이 마주 보이는 오조리 황근 군락지에 칠월 깊어지자 노란 무궁화 만개/수국 중에서도 물빛을 닮은 푸른 수국 가득한 카페에서

팔월 한가운데 표선 마을 한 리조트 벌판에는 가을 금계국 한가득/서로서로 키재기 하는 해바라기 꽃

중문 관광단지 신라호텔 정원에 함빡 핀 해바라기/ 토산리 바닷가에서 보내는 가을 기별, 황하코스모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처음 본 황미백색 제주 상사화/ 팍팍 폭죽 터지듯 붉고도 긴 꽃잎 화려하게 펼친 꽃무릇

연꽃 진 연못가에 빙 둘러 장관 이룬 법화사 배롱나무꽃/ 길가 풀숲에 무성하게 핀 분꽃을 보니 저녁 지을 시간이 다 되었군

구시월이 오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감나무가 있는 한옥카페 찾을 것이며 억새 물결 져 나부끼는 새별오름에 다시 오르리

동지섣달에는 한라산 자락 천백고지에서라도 설향에 취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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