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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16. 2024

천년 숲 비자림의 가치

8백 년을 살아낸 나무

제주 관광명소 중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경건해질 정도로 신비로운 원시 자연에다 건강하게 심신 힐링 시켜주는 숲 향기가 있는 이곳.

계절, 날씨 전혀 개의치 않는다.

땡볕이어도 상관없고 눈 내리는 날은 운치까지 더해진다.

안개비여도 좋고 폭풍우 휘몰아쳐도 괜찮다.

하긴 빗줄기 거셀수록 숲 향기 진해져 한약방에 들어온 듯 느낌 화하다.

인적 뜸한 날은 모자 벗고 맨발 되어 사뿐사뿐 걷는다.

전자동으로 발바닥 골고루 지압은 착실히 된다.

이왕이면, 자연 속에 최대한 노출 가능한 계절에 와서 짧은 소매 차림하면 더욱 좋고.

마치 보물상자처럼 은밀히 비장해 두고 호올로 두고두고 음미해 보고 싶은 숲 비자림이다.

집에서 두 시간여 걸리니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래도 자주 아니 갈 수밖에 없는 이곳.

비자나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신목처럼 귀하게 여기는 나무라고 한다.

그네들은 비자나무로 불상을 만들고 비자나무 열매로부터 신전에 올리는 기름을 취한다는데.

유명한 성이나 사찰과 신사에 비자나무를 심기에, 육백 년 생도 남아있다고는 하나 평대리 비자림처럼 거목들의 군락지는 없다고.

하여 일본 식물학자들은 제주 비자림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존경심에 더해 흠숭마저 보낸단다.

비자나무 서너 그루만 있어도 일대에 모여서 풍욕을 한다는 일본이니 얼마나 부럽겠는가.

어깨 으쓱할 정도로 이곳 비자림이 자랑스럽고 더 굉장해 보이는 이유이다.



비자림에 퐁당 빠지게 된 까닭은?

한 시간이면 너끈히 돌아볼 수 있는 비자림인데, 긴 시간 달려와 고작 한 시간만 할애한다면 너무 아깝다.

보통 두서너 시간을 비자림 안에서 걷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다가 온다.

누구라도 천년 숲 비자림의 참가치에 눈뜨게 되면 그러하리라.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이 코끝에 감돌 즈음, 감각 예민한 이는 대뜸 눈치챌 게다.

청량감과 동시에 신성한 기운이 안겨듦은, 단지 기분이나 느낌상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실지로 피부 적당히 찹찹해지며 상기도에서 폐부까지 깨끗하게 정화가 된다.

감기 기운이 돌 때면 심호흡으로 허파 꽈리마다 기를 넣어주고 모기 물려 발진으로 붉어진 살갗에는 생달나무 잎 문대준다.

효과 유무를 따져보기보다는 장독대에 정화수 올리고 비손하듯, 어쩐지 독소 제거가 됐을 거라는 원시적 믿음이 생긴다.

하긴 비자나무로 숲 이룬 이곳이라면 충분히 그런 류의 신통방통한 특효를 보임직하지 않은가.

이 숲에는 대여섯 그루도 아닌 28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그것도 삼백에서 육백 년 생으로 추정되는 거목들이 군락을 이룬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숲이다.

독특한 방향성분의 정유가 함유돼 있는 나무들의 초록 샤워를 받으면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심폐기능이 강화되는 듯하다.

편백이나 소나무 삼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물론 비자나무에게서는 더 강력한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발산된단다.

공기를 정화시키는 그 성분은 살균 살충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자율신경 자극하여 안정감을 들게 하여 뇌 건강에도 좋다고.

게다가 발밑에 깔려있는 사각사각 송이는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이다.

이는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데다 산화 방지 기능도 지녔으며 곰팡이 증식을 없애주는 효능까지 있다 한다.

느리게 걸으며 둘러보는 숲은 그지없이 평화롭다.

물론 온갖 식물들이 뒤엉겨 공생공존하는 숲 속 생명체들은 저마다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투쟁 치열할지도 모른다.

비자림 숲에는 비자나무를 비롯해 머귀나무, 생달나무, 오동나무, 후박나무, 단풍나무 등 자생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풍란, 혹난초 같은 희귀 난과 콩 짜개 덩굴, 마삭줄, 줄사철, 등수국, 송악 등의 덩굴식물들도 얼크러 설크러졌다.  

그늘진 숲 바닥에는 고비와 관중, 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식물들이 푸른 이끼에 뒤덮여 있다.

빗물이 암석 틈 사이를 지나 지하로 흘러 들어가는 구멍인 숨골도 더러 보인다.

비자림은 곳자왈이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아늑한 편이라서 기온의 영향도 덜 받는다.

따라서 멀긴 하지만 걸핏하면 여기 와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며 심신 건강 챙기곤 한다.

 
춘삼월, 비자나무 연둣빛 새순 올라오며 말 그대로 봄이 무르녹고 있다.

그러나 봄철만 되면 반갑잖은 중국발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로 시야 뿌예지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리라.

아주 오래 전인 시골 중학교, 담임교사인 국어선생은 별명이 술푸대로 자타가 인정하는 술고래였다.

주독으로 코끝이 불그레하던 중년의 그는 퇴근후면 항상 들리는 읍내 술집이 있었다.

늘 그래왔듯 술집에 들러 소주 한두 병 비워야만 자리를 뜨는데 아는 이라도 만나면 밤새 술을 펐다.

고주망태가 된 그 이튿날 교실에서 조회가 있을 때 당연히 술내를 풍겼다.

키가 작은 편이라 앞자리에 앉았던 나는 고개를 외로 빼야 했다.

소풍날 선생님에게 왜 그리 술을 많이 드시냐고 물어봤다.

"날마다 백묵가루를 마시는 사람은 쐬주 마시며 삼겹살을 먹어야 백묵가루가 싹 씻겨 내려간다니까."

폐가 온전하게 유지됐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결국은 간 손상으로 육십도 안돼 눈을 감았다.

어디에도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더니만.

환경오염 그중에서 대기오염도가 심각하다.

공기를 맑고 깨끗하게 정화시켜 심신 쇄락하게 해주는 비자림이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도 숲길 걷기는 권장돼 마땅하며 따라서 비자림이 내게 소중한 연유이다.

일본 식물학자 평하길, 이처럼 우람한 비자나무가 몇 그루만 있어도 일본에서는 훌륭한  천연기념물로 삼을 만큼 가치가 높다며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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