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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8. 2024

가와지 볍씨가 출토된 호수공원

일산 호수공원은 입구가 상당히 여럿이다.

번갈아가며 여기로도 저기로도 들어가 기분 내키는 대로 이곳저곳 쏘다니곤 했다.


한번은 개망초 하얗게 흐드러진 정경에 반해 솔숲 오솔길을 걷다 보니 발걸음은 전통정원으로 이어졌다.

거기서 연못에 참하게 되비치는 사각형 단청 고운 정자를 만났고 호젓하게 나있는 언덕 위에서는 푸르게 모가 자라는 초당이 기다렸다.

독특한 모형이 얹힌 석비가 보여 가까이 갔더니 볍씨 출토 기념비였다.

오석 위에 올라앉은 조형물은 거대한 볍씨였다.

내용이 자못 흥미로웠다.

볍씨에 담긴 오천 년 역사의 진실이라고?

오천여 년 전의 토종 볍씨 열두 톨이 고양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밥을 주식으로 먹어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료였다.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이 볍씨는 일산 신도시 개발 당시인 1991년 일산 대화동의 공사 현장에서 발굴됐다.

발굴 현장의 토탄층 가래나무 층위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볍씨를 발견,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오천여 년 전 볍씨이며 야생 벼가 아니라 재배 벼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볍씨가 출토된 마을은 원래 고양군 송포면 가화지 마을이라 지명을 따서 '가와지 볍씨' 라 명명했다고.

당시 구석기 유물과 함께 출토된 볍씨는 신석기시대 볍씨로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청동기가 아닌 신석기 시대부터라는 증거인 이 볍씨로 한반도 농경문화 기원지가 한강 유역임도 뒷받침해 줬다고.

촌스러운 내 식성은 완전 토종한식을 선호한다.

밥을 먹어야 비로소 식사를 한 것 같고 종류 불문하고 빵은 간식 주전부리에 속한다.

밀가루 음식은 끼니로 간주할 수가 없는 편벽된 식성이라 주식은 오로지 밥이다.

나이 들면 밥심으로 산다더니 아직은 밥맛이 좋아 잘 먹고 그 덕에 잘도 돌아다닌다.

다만 늦잠을 즐기는 편이라 아침과 점심을 겸해 먹게 되므로 저녁까지 두 번의 식사를 하게 된다.

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때를 놓쳐 번번이 브런치 타임과 디너 타임밖에 없는 셈이다.

그쯤으로 건강 유지를 위한 영양섭취는 충분히 한다고 여겨진다.

사실 우리가 삼시 세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라고 한다.

세 끼니를 또박또박 먹게 된 것은 공장 노동자들이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하는 생활패턴이 생기면서부터란다.

원래 인간의 삶은 지금과는 한참 다르고 거리가 한참 멀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인류가 출현한 후 260만 년 동안 인류는 산야를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고 열매를 채취해 생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운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라서 때로는 먹거리를 못 얻어 혹독한 굶주림을 견뎌내야 했다.

해서 몸은 스스로 알아서 나머지 여분의 영양분은 지방으로 바꿔 몸에 비축해 두었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우리 몸은 그와 같은 식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되었다.

유전자에 각인된 대로의 방식이 습관화되어 무려 260만 년 동안이나 그렇게 살아왔다.

따라서 우리 몸은 여전히 옛적 원시인의 몸 상태에 머물러 있고 뇌 작동방식도 원시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니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전자동으로 여분의 영양분은 몸속에 저장해 놓게 돼있어 현대에 비만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인강을 들었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규칙적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거나 시간에 쫓길 일이 없는 은퇴자의 생활이라 이 정도만으로도 부족함은 없을 터.

그날 호수공원 그네에서 메모해 둔 글과 사진을 두서없이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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