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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8. 2024

계류와 바다의 합일, 광기어린 춤사위


와와!!

통쾌 무비!

장쾌 무비!

이같이 멋들어진 액션의 레전드가 달리 또 어디 있으랴.

미쳤다.

화끈하게 미쳤다.

바다가 미쳐 길길이 날뛰고 있다.

검푸른 바윗전에 쉼 없이 부딪는 파도의 위용.

산산조각으로 으깨지는 바다.

더없이 화려하게 산화하는 파도.

그것은 한바탕 질펀한 굿판에 다름 아니었다.

진혼굿을 하듯 흰 꽃잎 훌훌 뿌려대자 범섬 자취 아스름해진다.

모처럼 새파란 하늘빛 역시 바다 쪽은 뿌연 필터라도 통과한 양 희뿌얘졌다.

자욱하게 이는 물보라 때문이다.

그렇게 바다는 내내 포효하고 있었다.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몸부림치고 있었다.

한라산 남쪽 산록 영실 어름에서 출발한 도순천이 궁산천과 만나 이룬 강정천.


여기는 도민들 물놀이터인 강정천 하단, 바다 건너 저만치 범섬이 동그마니 물안개 너머 서있다.


더 이상은 아예 접근금지!


급류로 변한 강정천이 벼랑 아래로 냅다 곤두박질치면 곧바로 바다, 집채만 한 파도는 쉴새없이 겁나게도 솟구친다.

발치 물살 고요한 바윗전에 은어떼 살랑거리며 노니는 청정수는 투명하기 그지없다.

격랑에 떠밀려 혹여 은어 무리 바로 아래 바다로 빠지는 건 아니겠지?

부디 괜한 노파심이길.

물경 13킬로를 일구월심 바다 향해 치달려온 강정천이 수직낙하, 바다와 몸을 섞는 순간 광기 어린 춤사위 펼치는 파도.

정녕 통쾌 무비요 장쾌 무비다.

무엇이 이보다 더 후련하게 흉금에 쌓인 앙금 풀어줄까.

맺히고 응어리졌던 심사 이토록 시원스럽게 탁 틔워줄까.

마침내 영혼까지 뛰쳐나와 한바탕 고스트 춤이라도 너울너울 춰보리니.

맨발이 폭염으로 달궈진 반석에서 뜨겁다며 꼼지락거린다.

물길이 쓰다듬어 바위마다 둥글둥글 너부죽, 인고의 무량 세월 견뎌낸 흔적이다.

좋으면 마냥 해해거리고 불편하면 톡 쏘아대는, 나이 들어도 대책 없이 한심한 인성.

얼마나 더 모서리 깎아내고 얼마나 더 묵언수행 깊어져야 저 반석을 닮으려나.

내 생전에 이루기 힘든 어림없는 꿈은 아니리라.

그 경지에 가닿는 날을 위하여!!!

모쪼록 잘 살다가 잘 떠나고 싶다.

작은 낙숫물이 마침내 돌을 뚫는다 하였으니.

절굿공이를 갈아 기어코 바늘을 만들어 낸다 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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