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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령 비현령, 돌팔이와 엉터리 점사의 공통점

by 무량화

밤낮없이 유달시레 볶아쳐대는 혹서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를 처분한다는 이름대로 더위가 한풀 꺾여 선선해질 터라 고맙기만 한 어제는 처서란 절기.

특히 귀찮기 짝이 없던 물 것인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니 이 아니 반가우랴.


그럼에도 기세등등한 염제의 횡포는 당최 수그러들 기미조차 없다.

찜 쪄대는 날씨에 습하기까지 해, 올여름이야 말로 모기 서식환경으로는 최적 조건이었다.

극성스럽게 설쳐대는 모기, 여름이 싫은 건 더위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모기 때문이다.

심하게 더위를 타는 체질이 아니기도 하지만, 모기 역시 별나게 타지 않았는데 갈수록 모기가 잘 덤벼든다.

땀이 많이 나고 체온이 높은 사람을 모기가 좋아한다는데 그 학설도 타당성이 떨어지는 모양.

여름내 물린 모기 흉터가 여기저기다.

더불어 현재진행형도 여럿이다.

어제는 피부과를 다 방문했다.

그간 발등과 종아리에 도도록하니 벌겋게 부은 상처마다 모기 물린 데 바르는 약과 연고를 도포했다.

발등 상처는 모기 정도가 아니라 혹시 지네에게라도 물렸나 싶게 오래가고 정도가 심했다.

계속 가렵자 상처마다 연고를 이것저것 꺼내 발라주고 거즈로 싸맸다.

갈수록 더 심해졌다.

소독이 미흡했나 싶어 포비돈을 사다가 발랐다.

외려 더 상처가 성났는지 덧들렸는지 인근까지 범위가 넓혀지며 미칠 듯 가려웠다.

얼마나 긁어댔는지 상처 주변에 수포가 생기자 더럭 겁이 났다.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다가 물집이 터지면 맑은 진물 같은 게 흘렀다.

백혈구가 염증에 즉각 반응해 대적하고자 출동하였나 보다.

여기까지는 이해되는데 왜 수포가 생기지?

궁금해 검색에 들어갔다.

그러다 농가진이란 증세와 맞닥뜨렸다.

상황이 유사 정도가 아니라 흡사했다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습하고 무더운 여름철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성 피부 질환.

정모시 쉼터나 속골 물놀이장에서 탁족하다 옮았나?

다만 아이들이 잘 걸린다는 대목이 있긴 하나 순전히 맘대로 해석하고 판단 내려, 돌팔이답게 그 외는 싹 무시해 버렸다.




점쟁이 점사도 이와 비슷하다.


사주만 넣으면 과거사는 물론 미래에 닥칠 길흉화복을 그들은 현란한 언변으로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누구나 자기 얼굴에 역사를 새기고 있으므로 그들 실력으로야 첫눈에 알아차리고 회를 쳐댄다.

영험하다는 점집에 가서 듣게 되는 말마다 자신의 과거를 손바닥 보듯 읊는구나 싶어 너무도 신기방기하다.


세상이 하 수상해서인지 신점을 보는 무당이 득세하며 요샌 유튜브까지 넘나 든다.


MZ세대들도 반 재미 삼아서라지만 타로점을 쉽게 찾는 세태, 심지어 용한 역술인은 예약 대기줄이 무한 길다는데.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세태의 반영인지...

가려운 데 시원하게 긁어주며 듣고 싶은 말만 한결같이 해주니 용하다고 연신 감탄하며 미래 일도 잘 맞힐 거라 미리 확정 짓는다.

사람마다 자기가 세운 가설에 부합되는 측면만 두드려 맞추려는 경향, 곧 확증편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다 점집에 가면 점괘가 자신의 것에 틀림없다고 여기는 심리가 자동으로 동원되게 마련이라던가.

결국은 이현령비현령이다.

나 또한 검색 결과치 여럿 중에서 그럴싸한 병명이 증상과 딱 맞는다고 내심 단정 지어버렸던 것.




으윽! 전염성이라니, 우야꼬 싶었다.

미련 떨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자.

육십 훨씬 넘은 의사는 노련했다.

상처를 쓱 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투도 심드렁하다.

숫제 시니컬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런 약 발라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보나 마나 하릴없이 노분들 모기 물린 상처나 골똘히 파헤벼 없는 병 만들지.

삼일 치 약 처방했으니 아침저녁 먹으면 가려운 거 나을 거요.

그 나이 되도록 환자를 봤다면 들어오는 사람 면상만 봐도 병명 알아맞히고도 남겠다.

내 꼬락서니를 보나따나 예민해 뵈는 외관부터 히스테릭해 보이는 건 기본에 급한 성격도 훤히 읽혔으리라.

3일 치 약을 하루 복용하고도 차도 확실, 연고나 포비돈 전혀 안 썼는데 상처 꾸둑꾸둑 아물기 시작했다.

덕분에 살았다.

햐! 그 양반 용한 역술인처럼 방에 고치는 명의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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