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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ug 23. 2024

과거를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항일 대신 이제는 극일

8월을 보내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궐기한 모든 제주민을 상징하는 조각 제목은 절규상
"우리의 저항에 일제는 가혹하게 탄압하며 민족혼 말살을 획책했으니...." 제주항일기념관 입구 앞쪽 애국선열 추모탑 비문
제주 항일 유공 서훈자 명단
먹먹하게 만드는후손이 없는 항일투쟁 건국훈장 애국장 포상자
의병장 고광훈 선생이 사용했던 불원복기 : 광복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


열대야가 계속되는 간밤에 늦도록 영화를 봤다.

티브이를 치웠으니 당연히 넷플리스에서 영화를 볼 수가 없다.

대신 유튜브 뒤적거려 괜찮다 싶은 영화가 있으면 보는데 마침 'The Bridge'라는 영화가 눈에 띄었다.

풍경 멋진 협곡에 걸린 우아한 아치형 곡선 철다리에 반해 보기 시작했다.

자막이 따르는 것도 아닌 영화였으나 통상 전쟁영화가 그렇듯 유고 말을 한마디도 모르지만 스토리가 읽혔다.

1969년 작 유고슬라비아 영화로 러닝타임 한 시간 반이 넘었다.  

원제는 'Most'로 1944년 보스니아 계곡을 잇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다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나치와의 전쟁영화였다.

다리 폭파 작업에 나선 사보타주 지휘관과 공세에 나선 독일 장교 간의 대결을 다룬 영화로 반전 메시지까지 담겨 있었다.

콩 볶듯 따다당대는 쌍방 간의 치열한 그러나 참혹한 전투 신 이어지다가 끝내 장렬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폭파되는 다리.

동시에 연상되는 장면은,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한 우리 선대들의 피에 젖은 독립항쟁 투쟁사였다.  

 

일본군 제복과 장비 //일경의 가혹한 고문에 피로 얼룩진 백의의 조선인



우리나라는 위치상 지정학적 요충지이기에 그만큼 주변국들이 들개처럼 군침 흘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 강국에 둘러싸인 형국, 지난 역사 통해 수차 국권 침탈을 당한 사례가 목도된다.


우리가 약해지거나 허점 보였다 하면 그들 중 누군가가 가차 없이 달겨들어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조공을 바치며 무릎 꿇은 삼전도의 수모만이 아니라 아예 남의 나라 식민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동안,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무참히 능욕을 당하고 만 한반도 전역.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하며 온몸으로 저항한다.


의식 있는 선대들은 죽음 불사하며 일본에 항거했다.


그 흔적들이 전 강토 어디랄 거 없이 핏빛으로 스며들어있다.


제주라고 예외는 아닐 터, 아니 오히려 변방지역이라 일제로부터 온갖 곤욕과 고초를 더 겪을 수밖에 없는 땅이었다.


탈 경계선상인 두만강 이북인 북방의 연해주가 그러했듯 남녘 바다 가장 앞에 나서서 모진 풍파 전신으로 맞부딪쳐야 했으니.


제주 항일정신의 맥을 한눈으로 짚어볼 수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을 찾은 날은 폭염특보가 내려 불온스런 기상도가 계속되는 도중이었다.


가능한 한 이런 날씨에는 외부 활동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전시공간 같은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되겠다.


조천에 있는 제주항일기념관.


제주항일기념관은 제주인의 독립에 대한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는 곳이다.


조천만세동산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52주년 광복절 기념일에 개관하였다.


항일운동을 상징하는 3·1 운동 기념탑과 조형물이 둘러선 공원은 잔디 고르게 깔린 매우 넓은 부지였다.


관광지인 제주라 외지인의 방문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휑하게 빈 공간이라 아쉬운 감이 들었다.


야트막한 동산(미밋동산) 위에 선 3.1 독립만세 운동 기념탑과 애국선열 추모탑 앞에서 잠시 양손 모두었다.


폭염특보가 발령된 요즘이라 제주지역의 항일 독립운동에 관한 역사적 자료를 수집·보존·전시하고 있는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제주 3대 항일운동인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 등 제주의 항일운동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된 기념관.


일제 침탈의 기록물과 벽면 부조, 설명패널, 기록화, 영상모니터, 매직비전, 종합그래픽, 복제 모형 등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었다.


항일 운동 관련 기록문서, 독립운동가 사진, 일본군의 최후 영상 필름 1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공한 사진 자료와 훈장 4점 등 총 6백여 점이 1,2층에 전시돼 있다.


독립군 군자금 모금운동, 해녀항일운동의 그래픽 패널, 제주인의 국외 항일 운동, 항복문서 조인식 모형에 시선 오래 머물렀다.


과격투쟁 방식도 아닌, 대한 독립만세를 외치며 마을 안을 행진하자고 독려한 조천만세운동. 지휘자 김시범을 비롯한 송매죽의 맹세를 결의했던 선각자들 역시도 이윽이 우러렀다.  


특히나 후손을 두지 못해, 항일투쟁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 됐어도 전해받을 포상자가 없어 기념관에 보관된 훈장이라니.


대가 끊긴 저간의 사연 미루어 짐작이 되기에 더더욱 가슴 먹먹해졌다.
 

기념관 로비 벽의 대형 벽화/조천 만세운동 현장을 재연시킨 미니어처 디오라마

동학군 선봉장으로 받은 김형진 지사의  사령장/남원 출신으로 독립군 활동한 김형진 지사의 의검/일본군이 차고 다니던 환도


 


"임의 올곧은 넋 바람이 되고 물이 되고 하늘이 되어 이 나라 대한을 지키시네."


이는 모든 한국인의 뜨거운 기도이자 염원이면서 미처 새겨지지 못한 백비에 기록된 글귀다.


과거를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한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 앞에 써놓은 비문이다.


통탄스럽고 억울한 과거지사를 잊지 않고 그 재앙을 기억하되 과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다.  


근자에도 걸핏하면 반일, 배일을 들먹이며 해묵은 민족감정을 울궈먹으려 드는 자들이 있다.


항일 의식을 뿌리로 지금도 반일이 외쳐지나 세계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낡은 사고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지도상으로는 가까운 이웃이지만 껄끄러운 묵은 감정으로 여전히 멀고 먼 나라로 제쳐놨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어도 민족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일본인의 혐한 세력에 우리가 발끈하듯 드러내놓고 반일을 외친다면 서로 친구되기는 글렀다.  


그러한즉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항일은 물론 반일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극일이다.


무작정 반대를 위한 배일, 무턱 댄 반일감정보다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전략적 극일 정신을 키워야 할 때다.


바야흐로 지구촌이 하나된 세상, 세계적 코로나 창궐을 보나따나 국경이란 울타리가 무의미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우열 분명한 군사력과 국력, 내실을 기해 힘을 키워나가므로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시기를 앞당기는 일.


오로지 그것만이 보기좋게 일본을 이겨먹을 수 있는 첩경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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