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닫이
Ⅰ
깊은 골 바람소리 물빛마저 시린 곳
올연히 지킨 일월(日月) 회한 없이 부려 놓고
어느 날 무명의 장인(匠人) 그 먹줄을 받았더라.
Ⅱ
천자문 외는 가락 물레 잣는 그림자
무시로 새김하며 손때 묻어 길든 윤기
달빛도 허물 모르고 흥건히 쉬다 갔지.
Ⅲ
지금은 거실 한 켠 세월 잊고 짐짓 앉아
목향(木香) 추스려서 묵시하는 온고지정
변하는 풍속도 따라 인연마저 여윈 그대.
頭流에게
Ⅰ
자귀나무 꽃보라 속 갈매 빛 타는 녹음
농무 속 숨은 연봉 범종 자락 적셔진 골
숲 향기 솔바람 이는 예가 곧 선경일레
Ⅱ
두류의 옥류 따라 청학동을 스쳐 드니
태고의 정적마저 달디단 산머루 즙
하늘도 거기 머물러 시 한수를 얹는다
Ⅲ
들꽃보다 낮은 키로 멧새인 양 작은 숨결로
세상사 애증 잊고 머문 곳은 천왕봉
차라리 굳은 돌되어 여기 이냥 서고 싶다.
#뱀꼬랑지 : 예전 사진 한장을 찾았습니다. 오래전 88년도 사진이지요.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여름, 첫번째로 산문집을 상재했고 같은 해 부산여류문학회에서 개최한 시화전에 냈던 액자 사진. 원본마저 잃었다 여겼던 시조인데 옛 사진 틈에서 찾았네요. 그래도 시조문학 천을 받은 글이긴 하나 그후로 주저리 주저리 넉두리만 늘어놓으며 살았기에...쑥스럽지만 반가움에 올립니다. 아참, 두류는 지리산의 옛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