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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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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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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은 책방도령이외다. 공부하다가 바람 쐬러 잠시 나왔다오.
그때 버드나무 사이로 오락가락 그네를 뛰는 소저에 마음이 꽂혀버린다오.
이리하야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를 만나 신분차이 무릅쓰고 정분 나누던 장소, 광한루외다.
원래 광한루는, 태종에게 세자 폐출은 아니 된다고 직언했다가 남원으로 유배와 5년을 지낸 황희정승이 세종 원년 광통루(廣通樓)라는 누각을 짓고 세월 낚던 곳이라 하오이다.
세종 26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광통루를 보고 정경에 반하여
월궁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흡사하다 하여 광한루라 불렀다 하더이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남원성과 더불어 화를 입어 소실됐으나 1626년 복원하였다 합디다.
경내에는 춘향 사당인 춘향사가 있는데 김은호 화백이 그린 단아한 춘향 영정이 있더이다.
김화백은 뒷날 친일화가로 몰리며 그가 그린 촉석루 논개 사당의 영정은 '당연히' 떼냈으나, 춘향 영정은 실존인물이 아니라서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하오.
일제강점기를 살아내야 했던 그 시절, 식민지 백성으로 목숨 부지하기 위한 안간힘이 죄라면 죄.
악랄하게 친일행각 한 적 없을지라도 숨 쉬고 살았다는 게 멍에였더이다.
그러나 '당연히'란 확정적 죄명 아래 무조건 옭아매는 일은 어째 영 '거시기'하지 않소이까.
말이 좋아 친일청산이지 국민 편 가르기 작태로 얻고자 하는 반사이익이야말로 불순하기 그지없더이다.
이제 좀 성숙된 시민의식이 갖춰질 때도 된 시점,
좌우지간 이쯤 발전된 사회라면 민도 역시 세련될 법도 하지 않나 싶더이다.
광한루가 있는 남원은 남도소리의 본고장이자 국악의 고향이더이다.
춘향가, 흥부가의 무대이며 명창의 산실이기도 한 남원이라 하오.
춘향전은 소설로도 널리 읽혔지만 판소리 춘향가는 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소이다.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판소리의 대표작이 춘향가이기도 하외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을 하며 대사와 몸짓 섞어가면서 구연(口演)하는 일종의 솔로 오페라 형식.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하오.
춘향가 중에서 잘 알려진 사랑가, 이별가, 옥중가인 쑥대머리는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봤음직 하외다.
영화 서편제 주인공인 눈먼 소리꾼 송화의 사랑가는 애절하면서 감칠맛이 나, 듣는 이의 애간장 녹였다오.
꿩 대신 닭인가, 남도창 한자락 대신 그날 남원시립국악단이 광한루원에 나와 있더이다.
덩더꿍 한바탕 상모 돌리며 신명 나는 농악판 벌여 소고 소리 걸쭉하게 들려주더이다.
해마다 단옷날에 열린다는 춘향제는 전국행사로 자리매김되었기에 춘향으로 선발되면 그 영예는 미스코리아에 준한다고도 합디다.
창처럼 낭창낭창 휘늘어진 버드나무며 멋스러운 소나무며 배롱나무 대나무 조화로이 어우러진 정원.
정원에는 연못 너르고 못에 가로 놓인 돌다리 오작교는 한국 정원의 가장 대표적인 다리.
조경 뛰어난 전통 누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광한루원(廣寒樓苑)은 그래서 대한민국 명승 제33호 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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