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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핀 감나무집에서 두루치기를

by 무량화

감귤 박물관 귤밭 짙푸른 잎과 월라봉 무성한 풀잎 윤기로운 산길을 걸었다.

오름의 녹음 따라 무진무진 걷다가 서홍동 주택가에 이르자 급시장기가 들었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한줌 따서 먹었으나 간에 기별도 안 갔다.

인동초 꽃송이 뽑아 꿀물을 빨아도 보고 찔레 덤불에서 햇순 꺾어 입에 넣어보았으나 떫기만 했다.

배가 고프던 차, 때마침 감나무식당이 눈에 뜨였고 앞마당 가에 감꽃 함빡 피어있었다.

예전, 그래봤자 반세기 조금 넘는 5~60년대까지만 해도 감꽃이 떨어지면 그 꽃을 치마폭에 주워 담았다.

뜹뜰 하고 들척지근한 감꽃은 좋은 간식거리도 돼주었지만 이쁜 꽃목걸이를 만들 수도 있었다.

꽃송이를 가지런히 한 줄로 실에 꿰어 적당 길이가 되면 매듭을 지은 다음 기다란 꽃목걸이를 목에 걸치고 다녔다.

감꽃 목걸이를 걸고 다니면서 꽃을 하나씩 빼어먹던 그 옛날이 아슴하게 떠올랐다.

우리 집 앞마당 펌프 우물 옆에 서있던 키 낮으막하나 옹골차게 열매 맺던 그 감나무만 한 크기로 모양새 아담스러웠다.

점심때가 한참 지나 브레이크 타임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다.

휑뎅그럴 정도로 널따란 식당 안은 손님 두서넛, 자리 붐비지 않아 호젓했다.

우리는 사전 약속이나 한 듯 합창으로 두루치기와 메밀막국수를 주문했다.

고기가 적당히 익자 무채와 콩나물과 파채를 때려 넣었고 마늘도 접시 싹 비워냈다.

팬에 담긴 재료들이 지글지글 끓어오를 즈음에야 사진 생각이 났다.

얼른 두서너 컷 담고는 주발 뚜껑을 열었다.

노르스름한 조밥이 군침을 돌게 했다.

칼큼한 오이냉채 국도 미각을 북돋웠다.

냉면을 비비다 보니 그제사 뭐야, 사진을 빠트렸네.

대접 주변 너저분해진 대로 역시 한 컷 누르고.




상추와 깻잎에 싸서 먹는 두루치기는 푸짐해서 좋다.

볼 미어지게 한입 욱여넣고는 우적우적, 깻잎 향에 아삭거리는 무채의 담백함이 고기를 품어안는다.

특히 토속적인 맛의 콜라보를 이뤄주는 상추와 콩나물과 파채에 마늘이다.

이 두루치기는 야채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배부르게 먹어도 쉽게 소화가 되는 편이다.

나이프질 하자느니 어쩌니 해싸도 한국인 식단은 밥에 국과 김치, 거기 나물 곁들인 고기반찬이면 쵝오 아뉴?

쉰세대답게 후식으로 식혜가 따르니 더욱 베리굿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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