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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Sep 10. 2024
청국장과 사리
여인의 변신은 무죄?
요즘 뜨고 있는 인도 뭄바이 무비스타들.ㅋ
내용인즉....
지난
시
월
셋
째 일요일 회화 클래스의 선상님과 급우인 인도인 부부를 울 집에 초대했었다
교사인 폴리는 앵글로색슨 혈통의 백인 엄마와 알제리 출신 아빠를 둔 영국인으로 사십 대의 돌싱.
미국 사람과 결혼해 이곳에 왔으나 남편에게 걸 프렌드가 생겨 이혼, 자녀는 없으며 베지테리언이다.
인도 아짐인 살마의 회화 실력은 나로선 대단해 보이는데 발음 땜에 공부가 필요하다며 일주일에 두 번 남편과 교실에 나온다.
손님을 덜커덕 초대는 해놓고 차야 종류별로 있으니 걱정 없으나 음식은 무얼 대접하지? 은근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매사 겁 없는 도전에 든든한 뱃장으로 살아가는데 그딴 일로 오래 고민해?
입맛에 맞든 어떻든 호, 불호에 상관없이 이참에 한국의 맛을 한번 보여주자.
삼시 세끼 난 오직 이것만 먹는다, 했던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고
미국인들이 한식당에서 샐러드 대신으로 나박김치를 즐겨 먹는다는 말도 들었던 차,
마침 동치미가 알맞게 맛이 들었기에 개인용 작은 유리그릇에다 무를 정갈하게 썰어 담고 국물에 살얼음 동동 띄웠다
(이름을 묻기에 폐일언하고 무로 만들었는데 소화촉진에 그만인 김치의 하나라고만 설명)
미소국을 끓이고 싶었으나 두부를 사러 갈 수 없어 대신 사발면 두 개를 냄비에 넣고 푹 끓여 수프 대용으로 썼다.
고기 들어가지 않은 잡채를 사찰음식점에서 맛봤기에 우엉을 주재료로 해서 버섯 시금치 등을 버무려 덖어 큰 접시에 담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일단 색감이 화려한 피망 오이 당근 아보카도 게맛살 지단 등을 조화롭게 배치시켜
캘리포니아 롤을 직접 말아먹게 준비하고 김과 와사비 간장을 내놓았다. (인도인을 위해 닭 가슴살 쬐끔)
여기 곁들여 생 청국장을 맛뵐 아이디어를 얻은 건 순전히 한 친구의 농담 덕.
외국인에게 한번 청국장을 맛보기로 한 종지 대접해 보면 걸음아 날 살려라 내뺄 거란 말에서 반짝 전깃불 힌트.
노란 종지에 생 청국장을 담아놓고 낫또나 마찬가지이니 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으라니까 잘만 먹더라고요. ㅎ
찡그리기는커녕 건강식이라서인지 살마 남편은 숫제 밥 위에다 전부 퍼얹어 슬슬 비벼서는 김에 싸 한입 가득씩.
잡채는 덥히느라 나중에 식탁에 올려 사진 찍을 새 없이 다 먹고
찌끄러
기만 남아서리 가고 난 다음에 일부나마 인증샷.
후식으로는 선상님이 사 온 생크림 케이크와 과일 그리고 녹차와 매화차.
한국 전통다례 격식 따라 모처럼 분청 다기도 꺼내고 매화차를 위해 투명한 유리잔도 등장.
앙증스레 조그만 유리 찻잔과 투박하나 멋스러운 분청 다완이 진기하기만 한 그들,
화개산 자연 녹차 향과 몽오리가 스르르 풀리며 꽃잎이 열리는 매화차를 화제 삼아 밤
이슥
도록 환담 나눴다.
그리고 오늘
약속했던
대로 점심 초대를 받은 인도 가정을
방문했
다.
약한 비위와 이상한 선입견 때문에 과연 인도 음식을 먹어낼 수 있을까 약간 긴장까지 됐었다.
아주 오래전
중간 기착지로
잠시 머문 인도공항에서의
께름
한 기억부터 유별난 고유의 강한 냄새에 거부반응이 앞서서였다.
기우였다, 음식은 퓨전식이라 어느 나라 음식이든 이젠 국제화 내지는 평균화되었으므로 모두
입맛에 맞았다.
풀풀 날리는 쌀밥도 낯설지 않았고 채식주의 손님 덕에 소채 위주의 메뉴라 느끼한 육류가 없으니 다 먹을만했다.
까다롭다기보다 익숙지 않은 맛에 잘 접근하지 못하는 습성대로 우유가 다량 첨가된 블랙 티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집안에서 인도인 특유의 질리는 향이 전혀 나지도 않았으며 실내장식도 깔끔스러웠다.
한 가지 아주 소중한 소득은, 인도 문화의 귀한 일면을 만난 것으로 그것은 가계 히스토리를 담아놓은 몇 권의 문집과의 조우였다.
돌아가며 쓰는 일기장과도 비슷하고 일면 앨범 형식도 차용된 것으로, 우리의 족보와 성격은 닮았으나 기술방식이 전혀 달라
첫 페이지는 상어른인 고조부 代의 글, 그다음은 증조부 代 식으로 각 장마다 서로 다른 필체의 글이 개성대로 쓰여있었다.
체통을 중시하는 거의 모든 뼈대 있는 인도인 가문마다 그런 노트가 대를 이어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였다.
가족 나아가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며 결속력이 우리 못잖게 높은 데다 같은 동양계라서 인지 우리네 통상 관념처럼
그들도 외국인과의 결혼을 극히 꺼리는 편이며 자유연애가 별로 흔치 않아 중매로 결혼하지만 이혼율은 극히 낮다고 한다.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은 희한하게도 우리가 쓰는 아빠, 아버지란 발음을 그들도 똑같이 사용하는데
아빠는 보통 집안 가장의 호칭인데 반해 아버지는 거의 간디에게 해당된다니 우리말 국부가 아버지인 셈.
아직도 성차별이 뚜렷한 인도라 여자는 지참금이 필요하며 결혼하면 남편 성을 따른다는데 미국 땅이라서인가,
설거지는 남편에게 맡겨두고 앨범 사진을 보여주던 살마가 사리를 입어보겠냐며 이층으로 우릴 데리고 올라갔다.
체형이 다르니 옷 사이즈도 물론 제각각인데 남의 옷을 어찌 입을 수 있을까 내심 의아해하며 드레스룸으로 따라 들어갔다.
살마는 예의 인도 전통의상을 몇 벌 꺼내는데 상의인 저고리는 있으나 하의는 실종된 채로 한 필은 됨직한 천을 둘둘 펼쳐댄다.
반소매인 저고리를 입자 긴 천(사리)을 솜씨 좋게 다루며 척척 허리에 휘둘러 감아가면서 직접 치마를 만들어 입혀준다.
보기엔 그냥 지나긴 실크 원단일 뿐인데 그 천을 허리에 두르니 치마가 되고 어깨에 척 걸치니 망토가 되고
머리까지 감싸니 멋진 스카프도 되는 등 다양한 변신을 해나간다.
인도 전통의상인 여성용 사리, 남성용 도띠는 바느질을 하지 않은 깨끗한 옷이란 뜻이라고.
살마의 코디로 난생처음 인도 의상을 떨쳐 입고 각자 어색한 대로 포즈를 취하면서 세 여인은 마주 보며 환한 미소.
이 날따라 산호 반지를 끼고 갔는데 우연히도 조화로운 밝은 산홋빛 사리라 한층 기분이 좋은 노친네. ^^
식탁에서는 차마 디밀 수 없던 카메라인데 이때만은 제세상 만난 듯 신나게 찍어댔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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