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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 바다 샌 클레멘테

by 무량화

부산은 발치에 죽 바다를 끼고 산다.

언제라도 시선 들면 해운대와 광안리 물빛이 들어오던 우리 집 베란다.

그럼에도 망망대해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 한 번씩 동해남부선을 탔다.

울산 태화강 갈대를 보러 간다고, 안동 하회 마을에 간다고 나는 일부러 기차를 타곤 했다.

실제 동해남부선은 오른쪽에 바다를 거느리고 가는 건 잠시뿐이다.

해운대를 끼고 가다가 송정 기장 지나 바다 사라지자 도중에 작폐하고 월내역에서 내린 적도 있다.

LA 유니언 역에서도 태평양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가 있다고 했다.

오션사이드행 기차를 타면 바다 바로 곁에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길 듣고부터 내심 작정을 굳히고 있었다.

여름의 휘장이 내려지기 전 여름바다의 끝자락을 보면서 여름과 고별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기어이 유니언 역에서 오렌지 라인을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려 샌 클레멘테 피어(San Clemente Pier)에 닿았다.

메트로링크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코앞이 비치, 기차 레일과 이리 가까이 맞닿아 있는 해변이 또 있을까 싶었다.

동해남부선보다 더 바짝 곁에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펼쳐져 있다니 환상만 같았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손뼉을 치고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정경에 저절로 환호가 터졌다.

청록색 투명한 바다 저만치에서 굼실거리던 몸짓이 파도의 흰 갈기 앞세우고 내달려 와서는 하얀 포말로 부서졌다.

매번 새로워 젊디 젊은 파도는 그 일회성에 목말라 두고두고 이어지는 것일까.

그 바다에서는 끝물 수영을 즐기는 해수욕객들과 서핑 연습을 하는 일단의 청소년들 함성소리 신선했다.

피어 좌우로는 고등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진을 쳤고, 가는 여름을 전송하는 행락객들로 흥성거렸다.

오랜만에 호흡하는 시원한 해풍, 갈매기 소리, 뜨거운 모랫길, 꿈결이듯 몽롱할 정도로 취해 들었던 한나절이었다.

LA에 사는 분이라면 한 번쯤 운전 수고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낭만 어린 기차여행 즐겨보시길. 2016

# 유니언 역 출발 <ㅡ> 샌 클레멘테 역 하차
메트로링크 티켓은 인터넷 혹은 역구내 벤딩 머신에서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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