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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4. 2024

태평양 연안 페블비치 골프링크

The Lone Cypress

몇 달 간격으로 몬트레이 반도를 재차 방문하게 되었다.

지난번엔 명분이 미션 순례,

한눈팔지 않고 카멜로 향하던 중이라 길목에서 만난 바닷가 비경과, 유령처럼 이끼 휘늘어진 고스트 트리가 빚어내는 이색 풍광만으로 만족했다.  

이때는 북가주로 대학 간 손자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었다.

이참에 캘리포니아 해변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를 달려보기로 하였다.

페블비치(Pebble Beach)의 유명한 사이프러스 (The Lone Cypress) 로고만 봐도 펼쳐질 내용 대강 짐작될 터.

골프의 ㄱ자도 모르는 촌뜨기인 나조차 박세리 덕에 이름 익히 들어본 페블비치 골프 링크를 품고 있는 길이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해안선 절경지에 골프 코스와 대저택 등이 들어서 있는 이 일대는 특이 지역에 속하는 곳이다.

몬트레이 시티와 관계없이 Pebble Beach Corporation에 의해 법인체 형태로 운영되는 마을이라 한다.  

Pacific Grove Gate 쪽에서 통행료 10불을 내고 숲 사잇길 돌아 나오니 우측 가득 망망대해 태평양이 너르디너른 가슴 열고 기다렸다.  

17마일 안에 있는 스물한 개나 되는 뷰 포인트마다 멈출 수는 없고  지나다가 여기다 싶으면  잠깐씩 쉬어갔다.

바닷가 골프장은 그림엽서 같았고 바윗전에 부딪는 크고 작은 파도가 탄주 하는 해조음 상쾌하고도 청쾌했다.

해풍 거세진 않았으나 스며드는 바람 결결이 차다 못해 시렸다.

자갈밭에 해초더미 밀려와 쌓인 China Cove는 눈맞춤만으로 스쳐 지났다.

파도 철썩대는 새하얀 모래사장에 피크닉 테이블이 있던 Spanish Bay도 서행하며 지나쳤다,


새와 물사자 떼 지어 노닐던 Birds Rock 지나 Lone Cypress Tree가 서 있는 해안가까지 내려갔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Pebble Beach Golf Resort에 들렀다.

늦은 점심을 그릭 샐러드와  무사카로 때우고는 잠시 오수에 들어 망중한을 즐겼다. 


별천지나 다름없는 리조트 안 여기저기 기웃대다 쇼핑센터 일별하고는 골프링크 둘러본 다음 귀로에 오르기로 하였다.

앞전 사이프러스 해변에서부터 버스 몇 대가 풀어놓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인파에 밀려 한참 지체하게 됐었다.

그때 문득 든, 북적거리는 인파가 몰릴 만큼 17마일 드라이브 길이 경탄감인 연유는?

대양과 대륙이 마주치며 빚어내는 유장한 해안선 길이도 길이지만, 그보다 자연을 다치지 않고 잘 활용하는 '미국식 환경사랑'이 더 돋보인 까닭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정도 절경지는 한국 동해안 낙산사 부근이나 남해 다도해며 제주에도 숱하다.

우리가 살았던 부산 인근만 해도 태종대 몰운대 이기대 등 해안절벽을 낀 경관 수려한 곳이 처처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령 250세라 하기엔 빈약하기 짝이 없는 사이프러스 나무 한그루 해풍 맞서 바위 위에 외로이 선 모습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상징이라니 좀 어리둥절.


허나 그보다 더 인상적이고 매력적이었던 액자 속 그림 다수였으니,

해안선 산자락마다 찬 해수와 따뜻한 뭍이 만나 피워 올리는 연연하고도 나른한 해무 아련했고.

하늘보다 더 새파란 쪽빛 눈부신 바다였으며,
그 바다를 온몸으로 즐기는 서퍼들과 요트 무리였다.


저 건너 해무 내려 아스름 신비로운 이름 모를 곶 길게 바다로 뻗어있었고, 오랜 세월 풍우에 시달려 하얀 뼈만 남은 고사목 둥치의 대단한 결기라니....


하많은 세월 해풍에 부대끼노라 표피마저 잃고도 여전 강건한 해송뿐이랴.

대양에서 세차게 밀려드는 해풍에 쓸려, 죄다 고개 외로 튼 향나무도 그못지 않았다.

바다 마주하고 저마다 평생을 장좌불와, 묵언정진 중인 수행승 여기도 저기도, 아하!


바위틈에 뿌리내려 긴긴 날 오로지 사명대로 푸르렀을 캘리포니아 사이프러스에게도 경배.


17마일 드라이브 코스에 이런 명소들 마련해 두고 방문길 허락해 주신 높은 데 계신 분, 넘치는 은총에 감사드리며. ​​


청명한 날씨까지 받쳐줘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시게 빛나던 하늘과 바다.


밀려오고 또 밀려와 포말로 산화하는 넋, 일회성이 안타까워 파도는 거듭 달려오는가.


파도에 바위 으깨지고 부서져 잔 자갈돌 되었다가 언젠가는 동글동글 몽돌 될 돌밭 해변이 있는가 하면 무수한 해양동물 서식처도 질펀히 펼쳐졌다.


연안 어디나 해조류 빡빡하게 출렁거려 먹잇감 넉넉해 보여서인지 물개와 해달들 평화로운 놀이터다.   


이처럼 뭇 생명 키울 해조류 어디나 질펀해, 묵직하게 철썩대는 해안가.


물가 가까이 노니는 작은 물고기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투명하 맑은 청정해역인 일대 연안이다.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완벽한 조화 이루는 자연계의 아름다운 하모니 들려오던 곳.   


17마일 드라이브 코스 출발지였던 북쪽 게이트​로 들어서면서부터 절로 눈맛 시원해졌다.


우선 요기부터 든든히 해뒀으니 여유로이 산천경개 감상이 아니라 골프장 구경삼매에 푹 빠져보자.


대체 여기서 어디까지인지 하도 넓어 감도 안 잡히지만  암튼지간 페블비치 골프 리조트 경내다. 


아래로 청푸른 태평양이 질펀하게 내려다 뵌다.


흠! 조망권 한번 끝내주게 좋구나.

해안 가까이까지 바짝 닿아있는 골프 코스 여기저기 깔려있다.


초록색과 흰색의 대비도 선명한 멋진 골프장, 시선을 홀리다 못해 아예 강탈해 버렸다.


백의민족은 태극기 들고 삼일운동하던 1919년, 미국에선 이미 골프장 열렸다니... 헐!

잘 다듬어진 골프링크 옆에 자리 잡은 갈매기 형제는 잔디깎기 엔진 소음에도 미동조차 않는다.


2023년 미국 프로골프 PGA 투어가 이곳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지난 2월 초에 열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날 경기는 오늘 제주날씨처럼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진행되었다니, 봄이 오는 길목의 캘리포니아 날씨도 심술궂긴 궂다.


여기서 영국인 저스틴 로즈가 4년 만에 다시 정상을 차지해 크리스털 우승 트로피와 상금 162만 달러를 받았다는 딴 세상 먼 나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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