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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08. 2024

마음테라피가 절로 되는 풍경

어느 결에 입동도 지났다.


안개 내리듯 고요히 초겨울비가 내렸다.


오후부터 시작된 세우(細雨)는 마치 봄비마냥 순하고도 아늑하게 스며들었다.


돌다리 건너 이층 누각인 죽계루 지나 영주 선비촌 한옥마을 초입의 고택 김상진 가(家)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예약된 날이다.


택지를 정할 때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배산임수,


뒤에 산이나 언덕이 있어 바람을 막아주고 앞쪽에 강이나 연못이 있어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곳을 풍수설에서 명당으로 친단다.


영주 선비촌이 비로 그런 자리라고 한다.


한옥 방 두 칸을 내부 구조변경하여 편리하고 안락하게 꾸며놓았기에 신식 구들장 따끈함 속에 발을 묻었다.


기왓골 타고 밤새 낙수지는 물소리 하도 고즈넉해 그 밤 단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머리맡에 자리끼와 책 서너 권 포개두어서인지 꿈길조차 정결스러웠다.


새벽, 창호문을 여니 비는 조용조용 여전스레 내렸고 정적에 싸인 천지간에는 신비로이 피어오르는 물안개 자욱했다.


그 호젓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밤새 내린 빗줄기에 씻겨 말간 얼굴을 한 기와지붕과 장독대는 단정하고도 정갈했다.


청솔잎 끄트머리와 산수유 고운 열매에 맺힌 물방울이 유독 투명히 도드라져 보였다.


아침나절 우산을 쓰고 고샅길 따라 마을 구석구석 천천히 돌아보았다.


돌담 앞 소나무 청청한 솔잎에 잣을 꿴 듯 송송 맺힌 물방울 수정 같았다.


고샅길 따라 옹기종기 이마 맞댄 기와지붕과 초가집,


올곧은 선비라면 부요함을 내세우지 않았으며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데.


그렇게 솟을대문 높직한 기와집 사랑채도 둘러보고 소박한 초가집 부엌도 들어가 보았다.


연못에 앞발 담근 채 시나브로 비에 젖어가는 전각 하나 기다리더니 마을 한 모퉁이 뒷녘에서 연자방아는 비에 젖고 있었다.


고향에 온 듯 느긋한 기분이 들며 평화가 그윽이 깃들었다.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좋게 하여 최상의 심신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테라피.


의학에서 비롯된 테라피 개념은 치료나 요법을 이른다.


음악치료는 뮤직테라피, 향기로 치료하는 아로마테라피, 온천욕을 통한 스파테라피 등등 테라피(therapy)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여러가지 힐링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소수서원 선비촌에서 묵는 내내 비가 왔고 비에 젖은 풍경들 마주하노라니  마음테라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소수서원과 연계시켜 조선시대 전통가옥을 복원해 만든 유교문화 마을로 분위기 매우 고즈넉한 곳이다.


대원군과 막역지우이자 의금부 도사였던 해우당 김낙풍 고택으로 대원군의  현판 글씨가 유명하다.
이 댁에는 화마를 피하게 한 며느리의 보은 설화가 담겨있다고.

초가 한옥은 독립운동가 김성규선생의 본가이자 그분의 따님이신 김남희여사와 결혼한 조지훈 시인의 처갓집으로
조 시인의 대표작 '별리'의 배경이다.
 ...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방울소리만 아련히
끊길 듯 끊길 듯 고운 메아리...

인동장씨 종가로 문무를 겸비한 장말손은 사헌부 감찰, 함길도 병마절도사를 역임한 분으로  누마루가 있는 높직한 사랑채 건너 대문채에 가마가 떠억!

일회용 세트처럼 어설피 꾸민 물레방앗간이 아니라 실제 순흥에 있던 물레방앗간 그대로를 옮겨왔다고.

닭장과 돼지우리, 마구간이 있어 거름 내 풍겨나고 새벽이면 닭울음소리 구성지게 들려왔다.


주소: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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