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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리 바다에 시폰 자락 펼친 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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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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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둥근달이 떠오르는 중추절.
12층 창 너머 하늘은 구름 한 점 띄우지 않았다.
저녁 일곱 시 무렵 깊은 청남빛
창천.
창천에 원만무애한 달이 떠올랐다.
섶섬 띄운 자구리 바다가 은쟁반처럼 빛났다.
이중섭거리를 지나 자구리 해안으로 향했다.
서둘러 바다로 달려가 보니 오~잔잔한 은파,
영원으로 이어진 길이듯 달빛길 길게 나있었다.
마치 은유로 길어 올리는 시의 길처럼.
시폰 자락 수십 필 펼쳐 바다에 고이 깔아 둔 그는 누구일까.
저 길 즈려밟고 하마 어머니, 하얀 넋 사뿐히 걸어오실 것 같은 이 밤.
은빛으로 반짝대는 윤슬.
반딧불이도 두엇 은빛을 끌며 유영했다.
바위틈에서 솟는 용천수 찰랑거리는 자구리 담수풀장이 있어서 반딧불이 노니는 듯.
명일 저녁에도 은빛 윤슬과 은빛 반딧불이 유영하는 자구리해안에 내려와 그리운 님 만나야지.
귀한 선물 안기자 절로 순서 없이 시의 바닷가에서 시인의 시어들 떠올랐다.
달 / 함민복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
그믐달에 상담하면 움푹 비워진다
달은
마음의 숫돌
모난 맘
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
달
그림자 내가 만난
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
달 때문에 /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 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처럼 풀어놓은 한마디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울컥
하마터면
다 털어놓을 뻔했네
추석 / 오상순
시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달구경을 하고 자구리 마을 지나 솔동산 언덕길 걸어 거처에 도착하니 왕복 5천여
걸음
떼었었네.
도회의 소음 핑계 삼아 노래 흥얼거리며 산책길 가벼이 마무리 지었는데.
어쩌자고 달도 나를 따라와 올레시장 지나 내 창가에서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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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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