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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리 바다에 시폰 자락 펼친 은파

by 무량화

휘영청 둥근달이 떠오르는 중추절.


12층 창 너머 하늘은 구름 한 점 띄우지 않았다.


저녁 일곱 시 무렵 깊은 청남빛 창천.


창천에 원만무애한 달이 떠올랐다.

섶섬 띄운 자구리 바다가 은쟁반처럼 빛났다.


이중섭거리를 지나 자구리 해안으로 향했다.


서둘러 바다로 달려가 보니 오~잔잔한 은파,

영원으로 이어진 길이듯 달빛길 길게 나있었다.


마치 은유로 길어 올리는 시의 길처럼.

시폰 자락 수십 필 펼쳐 바다에 고이 깔아 둔 그는 누구일까.


저 길 즈려밟고 하마 어머니, 하얀 넋 사뿐히 걸어오실 것 같은 이 밤.


은빛으로 반짝대는 윤슬.


반딧불이도 두엇 은빛을 끌며 유영했다.


바위틈에서 솟는 용천수 찰랑거리는 자구리 담수풀장이 있어서 반딧불이 노니는 듯.


명일 저녁에도 은빛 윤슬과 은빛 반딧불이 유영하는 자구리해안에 내려와 그리운 님 만나야지.

귀한 선물 안기자 절로 순서 없이 시의 바닷가에서 시인의 시어들 떠올랐다.



달 / 함민복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

그믐달에 상담하면 움푹 비워진다



달은

마음의 숫돌



모난 맘

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







그림자 내가 만난

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


달 때문에 / 고증식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 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처럼 풀어놓은 한마디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울컥

하마터면

다 털어놓을 뻔했네


추석 / 오상순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달구경을 하고 자구리 마을 지나 솔동산 언덕길 걸어 거처에 도착하니 왕복 5천여 걸음 떼었었네.


도회의 소음 핑계 삼아 노래 흥얼거리며 산책길 가벼이 마무리 지었는데.


어쩌자고 달도 나를 따라와 올레시장 지나 내 창가에서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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