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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기효능감에 대하여

by 무량화

엊그제 같은 분야의 일을 하는 지인과 카페에 갔다.


사회복지 일을 하며 도청에서 국장으로 정년퇴임한 60대 중반, 그녀는 독신이라 시간이 아무래도 여유로운 편이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화제로 담소 나누다가 자기효능감에 관한 대화로까지 이어졌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기 확신이다.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당당한 신념과 성취에 대한 확신, 이 같은 자기효능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자기효능감을 충분히 활용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 특히 노년기 삶의 질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사회구조가 통상 60 즈음이면 대부분 현역에서 물러나게 돼있다.

백세시대라는데 은퇴 후 앞으로 남은 세월이 대충 이삼십 년.

전 생애의 삼분지 일에 해당하므로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퇴직 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지인 역시 현재 다문화 지원 교육 교사로 보람차게 일하고 있다.

일이라기보다 봉사 개념으로 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면서 은연중 배우는 것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이웃 동네에 사는 그녀는 연수 등 외부 행사가 있으면 자기 차를 타고 가자며 전화를 한다.

서귀포 토박이라 함께 돌아오면서 그녀가 안내하는 괜찮은 카페나 맛집에도 들른다.

내년도에도 이 일을 계속하려면 다시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는데 그때 같이 가자는 그녀.

얼마 전 아들이, 무리하게 매이는 일은 그만두시라고 권하더라는 말을 했다.

그럼 더 이상 안 하실 거냐고 물으며 자신은 다시 할 거란다.

은퇴한 지 한참 된 우리 나이에 사회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하면서.

그녀 말마따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과 자신이 지닌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어디 또 있겠냐는 말은 맞다.

사실 우리는 이 역할에 나름대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말 설고 물 설은 타국에 건너와 어렵사리 정착하려는 이들을 손잡아 이끌어주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니까.

언어와 풍습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느끼는 이질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데 의미가 있으니까.

심리학자인 앨버트 반두라의 이론인 Self-efficacy, 자기효능감이란 게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여러 기능과 능력이 약화되지만 그럼에도 쇠퇴하지 않는 유일한 기능은 자기효능감이라고.

자기효능감이란 자기 능력과 효율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자신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 곧 자신이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감을 갖도록 항시 스스로의 역량을 연마하고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맡겨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면 그 분야에 직접 도전해 볼 일이다.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으로 위축돼 신체활동이나 사회활동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에 무기력하게 무릎 꿇는 이도 있으나 남은 생을 자기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의 변곡점을 재도약의 기회로 만든다.

따라서 노년이 되어도 건강만 허락된다면 자기효능감을 보다 극대화시켜 나갈 수 있다.

분명 살아온 연륜만치의 누적된 지혜와 경험이 있는 노인은 그 나름 값진 자원이 아닌가.

고령화 사회다.

나이 들었어도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고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만족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채워나갈 수 있기를.

일을 한다는 자긍심에 더해 하루하루 삶의 보람을 느끼며 가치 있게 생활할 수 있기를.

오늘 젊은이도 미구에 노인이 된다.

이에 대비한 준비 역시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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