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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라공화국에서 열린 멀티 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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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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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만 평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전시회장을 다녀왔다.
강우현 멀티 아트(Multi Art) 전이 열린 제주 탐나라공화국은 작가가 8년간에 걸쳐 땀으로 가꾼 공간이다.
멀티 아트라, 고개 기우뚱해진다.
쉽게 말해 뜻이 단숨에 잡히지 않는다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예술도 진화해야 했다.
예술과 과학의 접목, 이를테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한차례 더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란다.
직역하자면 다방면에 걸친 예술이니 시청각에 과학이 입혀진 형태랄까.
대지 면적만이 아니라도 탐나라공화국에 들어서면 볼거리가 하도 어마무지라 두어 시간으로 돌아보기엔 무리다.
전시회 오프닝 겸한 리셉션 자리가 편한 대로 즐길 수 있게 실내와 야외에 차려져 있다.
공연마당이 펼쳐진 앞뜰에 출렁출렁 중남미 음악 경쾌하게 흘러 다닌다.
깔끔한 도록에 나와있는 작가의 이력을 훑어내리니 몇 권의 저서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문에서 현답 찾기/우연에서 당연 보기/상상을 잇는다/ 자유 나라, 란 글귀에 멈춰 선다.
입구 바위에 <미스터리 작업실>이라 새기긴 했으나 그처럼 삶 자체를 신비주의에 매어두었다기보다 수수께끼를 즐긴 듯.
아무튼 인생을 놀이로 풀어나가며 자유, 재미를 만끽하려는 점에서 꽤나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
자타칭 총통인 오늘의 주인공은 격식 따위 파괴한 캐주얼한 차림으로 곧장 현장에 나가 불꽃 튀기며 용접이라도 할 태세다.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라고 비장하게 쓰인 것과는 반대로 그는 언제까지나 쓰고 붙이고 갈고 만들고 그리는 ing 상태.
시선 닿는 모든 것에 새 생명을 입혀야만 할, 끝이 안 보이는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 같다.
그가 제주도에 만든 야외 갤러리는 장소는 물론 작품 종류가 하도 방대하면서도 다양해 입이 딱 벌어진다.
다섯 개의 실내 전시관과 적재적소의 야외 공간에 세운 석제 목제 조형물까지 온 데가 전시장이다.
버려진 맨홀, 도자 파편, 기왓장, 굽다가 터진 도기 쪽 하나도 창작의 재료 되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아크릴 페인팅, 조각, 도예, 서예, 염색, 목공예, 금속공예, 바위 조각, 문인화, 일러스트, 환경미술 등등.
기타 별의별 걸 다 아우르니 거의 전천후 팔방미인에 속하는 그다.
실내외에 전시된 작품 수는 평면과 입체를 포함해 500여 점에 달한다.
인공 산수, 조형물, 글 새김 목각이나 석 조각은 야외 어딜 가나 수시로 만나게 된다.
바위덩이마다 암각화 아로새겨지고 돌덩이마다 각기 다른 표정이 박혀있으며 나무 편 편마다 좋은 글귀가 들어있다.
그 외 사진, 비디오, 오디오 및 기타 디지털 콘텐츠까지 합하면 작품이 수천 점에 이른다고.
한마디로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가령 이처럼 원대한 꿈을 누구라도 꿀 수는 있다.
막상 실현시킨다는 건 몇천만 분의 일도 될까 말 까다.
작가 강우현은 누구인가.
홍익대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한 그래픽디자이너이다.
그보다는 남이섬 신화를 써 내려가다가 마침내 <나미나라공화국>을 선언한 바 있는 강우현 대표가 당사자다.
일반 유원지를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만든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강원도 춘천에 명소 남이섬을 기획 조성하여 성공시킨 CEO다.
이번엔 관광 자원 무궁한 제주를 한 차원 더 높이 들어 올리기 위한 상상 키워드를 가동 중이다.
곶자왈 거친 돌밭 다듬어 설화에서 모티브 딴 스토리를 얹으니 청이 못, 화룡점정, 수정궁, 하늘샘으로 재탄생된다.
자연에 인간 세상 구현시켜 덧입혔으되 나름 의미 사색하게 만들고 거기에 호기심 일깨워 재미지게까지 가꿨다.
디자이너인 그가 창조해 내는 공간은, 순간의 아이디어로 혹은 상상을 현실로, 그렇게 또 하나의 명소 탄생이 예고됐다.
남이섬의 성공사례는 창의적인 감각 마케팅의 효과도 있겠지만 매스컴과 영화계를 십분 활용한 면도 간과할 수 없겠다.
그만큼 그는 세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 욕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그에 부응하는 사람이다.
그처럼 다재다능한 사람이 만든 이름하여 탐나라공화국.
여기서 총통이라는 그가 <생애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는데 글쎄? 마지막 갤러리라면 또 모를까...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작업과 전시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네버엔딩 메시지로 환치되어 들린다.
그는 늘 그래왔듯 여기서도 쉴 새 없이 상상을 전개해 나가며 그 상상을 잇고 새기고 꾸미고 다듬을 것이다.
제주도에 번듯한 문화유산 남기겠다는 그, 전력을 보나따나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다.
미래는 예술적으로 보기 좋은 그림보다 쓸모 있는 미술이 더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창한다.
따라서 자연에서 취한 염료로 실크 염색을 하고 가마촌 만들어 도자를 빚거나 머그잔과 접시도 굽는다.
그는 자연친화적인 재활용 자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던 남이섬에서처럼 정문에 우뚝 세운 흰 탑은 풍력발전기 날개다.
중문단지에서 내다 버린 것을 구해와 세워 놓자 훌륭한 탑이 됐다.
헌책 도서관에는 전국에서 보내준 헌책 3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용암이 굳은 현무암 빌레 속에 자리 잡은 도서관이라 습도 온도 조절은 자동으로 된다.
도서관과 전시 공간이 자연스레 하나로 물 흐르듯 화합할 수 있는 구조라니 역시 놀랍다.
전시공간이기도 한 여기서 전시 작품 해설을 들려준 다음, 그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만큼 성취하셨으면서도 더 이상 할 일이 남아 있나요, 이제 다 이루신 것 아닙니까?
그는 간결하게 답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맞다. 탐나라공화국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로이 풀어놓은 그의 무궁한 상상력에 따른 테마파크, 제주를 온고지신으로 디자인해 나갈 그에 대한 기대가 높다,
양떼구름에 노을 스며들 즈음, 바이올린 선율 흐르는 디너파티는 상차림조차 품격 있으면서 아주 성대했다.
인도풍의 싱잉볼 맥놀이를 탄 신비로운 바라춤 공연도 멋을 더해줬다.
어딘가에서 얼핏 스친 글귀처럼 눈을 뜨고 꿈을 꾼 하루.
이날부터 시작된 '강우현 멀티아트전'은 그의 생애 마지막이 아니라 종료 기한이 없는 '네버엔딩' 전시회일 터다.
돌밭을 파서 만든 탐나라공화국이 그의 마지막 갤러리는 될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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