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함께 나눠요

by 무량화

한주에 연달아 이틀이나 금악에 있는 테마파크 탐나라공화국을 다녀왔다.

지난 24일 첫날은 갤러리 오픈식에 초대받은 홍선생과 동행했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같이 갔다.


연초록빛으로 도도록 솟아 마주 보이는 정물오름에게도 눈인사 제대로 하고 싶었고.


처음 가서는 하도 얼떨떨, 혼이 빠진 채라 넓은 면적을 다 섭렵할 수도 없었거니와 일행이 있어서 내 멋대로 나다니기 뭣했다.


이번에는 첫눈에 반해버린 그곳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려고 재차 찾은 것.


탐나라공화국이란 이름만으로는 소인국 대인국 같은 놀이동산이 연상돼 떨떠름했던 나처럼 친구들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부지 곳곳에 배치된 여러 시설물과 조형작품들에 다들 나처럼 입이 벌어졌다.


더군다나 방문객이 적은 날이라 우리는 강대표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갤러리와 도서관의 전시 작품은 물론이고 야외에 펼쳐진 각종 기발하고 놀라운 조형물들의 제작의도와 의미 등 이해를 돕는 설명을 들었다.


끝 모르게 자유로운 상상력과 순간순간 창의력 반짝대는 두뇌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했다.


그 머리라면 24시간 창작공작소 가동에 사업적 마인드 역시 탁월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게다가 만능에 가까운 예술적 재능으로 먹물 드로잉에 캘리그래피에 일러스트레이션뿐인가.


회화 염색 도자기 아크릴화 석 조각 목조각 철판공예 심지어 용암 녹여 유리공예에 도전하고 그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여러 장르를 아울렀다.


그러니 붓질을 하다가, 철판 용접을 하다가, 석공일을 하다가, 가마에 불 지피다가, 조각도 하고 천 몇백도 전기로 돌려 화산석 실험을 한다.


해박하고 유머러스하며 순발력 있고 재치 있으면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창작열과 역발상의 지혜로 세상을 밝게 가꾸는 그.


무궁무진 나오는 아이디어로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을 그는 지녔다.


대체불가인 고유의 자산 가치를 지닌 그는 의외로 도가의 무(無)와 공(空) 사상에 깊이 경도돼 있는 듯.

본향에 돌아갈 때는 누구를 막론하고 빈손으로 떠나는 것, 그는 제주에 세월 까마득 쌓여도 남아있을 문화유산을 새겨두고 싶을 따름.

종이책이 퇴화해 가는 시대에 30만 권의 귀한 책을 모아 암벽 사이에 지은 도서관에다 21세기를 타임캡슐에 묻어두고자 함 인지도.

과학문명의 부산물로 심한 몸살 앓는 지구촌을 생각해 거의 모든 자재를 재활용품으로 쓰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만했다.

곶자왈 파 뒤집어 나온 현무암은 석공예로 환생하고, 흙으론 동산을 만들어 나무 심는다.

깊이 팬 곳에는 연못을, 길게 파인 곳은 계곡을, 높이 깎인 자리엔 폭포 쏟아져내리게 하였다.

깨진 타일이나 도기 조각은 모자이크 재료되고 못쓰는 풍력발전기 날개는 탑이 되었으며 공사판 버려진 철근은 용접으로 벤치가 됐다.

태풍에 꺾이며 잘려 나온 야자수 기둥은 화분으로 재생하고 장식 조명등은 돼지 구유통을 이용했다

학교 운동장에 깔렸던 인조잔디는 발암물질이 나온대서 퇴출된 천덕꾸러기인데 자갈돌 투성이 이곳에 오니 그린카펫으로 변신했다.

라운지 연회석 테이블은 폐업한 오성 호텔에서 데려왔고 바로 얼마 전 국방부 청사에서 밀려난 의자와 가구도 와있었다.

재활용에 대한 선입견이 통상 낡고 보잘것없어 버려지는 퇴물들로 치부되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릇 대부분의 폐기물은 쓸모없다고 내쳐지나 적재적소에 알맞게 활용되면 푸른 생명을 이어가고 버려진 채 방치하면 쓰레기로 썩고 만다.

환경운동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가 바로 자연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환경운동 크리에이터다.

황무지 금악 땅을 단무지 금싸라기 땅으로 만들 그의 성공신화는 남이섬에 이어 탐라섬에서도 쓰일 게 확실하다.

긴 꼬리 사려 두른 용의 화룡점정/새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사람과 물고기 암각화/도자기를 굽는 가마 시설

인공으로 파낸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나이야~가라 폭포/용암 캐년

학교 운동장에서 폐기된 인조잔디는 자갈길에 까는 그린카펫 되고/인근 마을 집에서 걸리적거린다며 뽑아가라는 나무들 새 생명 푸르르고

타일 바닥에 묻은 티끌이나 얼룩무늬는 그의 매직펜이 닿자 순식간에 마주 보는 물고기 두 마리가 되고 뒤뚱거리는 오리가 되고

도서관 이층 오르는 계단 아래 큰바위얼굴 암괴/용암 덩이를 녹이는 전기로

철판을 용접봉으로 무늬 오려내 작품 만들고, 오려낸 철판 쪽은 맞은편에 또 다른 벽걸이 소품되고

일과 노는 남편을 밤늦도록 기다리며 아내가 손바느질로 만든 숱한 가제 행주에 그린 수묵담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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