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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03. 2024

가을 나들이객 부쩍 는 곶자왈


으로는 한라산, 서쪽으로는 산방산이 건너다 보이는 화순곶자왈 전망대.

이날 한라산 아슴하게 드러났으며 산방산 방향 시야는 쾌적하게 트였다.

마라도를 지키는 하얀 등대까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귀여운 병아리들이 선생님 따라 가을 소풍을 왔다.

이 코스는 화순곶자왈 중 가장 곶자왈스러운 길.

울퉁불퉁 거친 현무암이 그대로 드러나 좀 험한 편이다.

그럼에도 재잘대며 모두들 잘도 따라서 무탈히 올라왔다.

곶자왈이란 낯설고 새로운 환경을 처음 접한 해맑은 동심들.

눈에 띄는 거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새처럼 재재거리며 묻는다.

한창 호기심 천국의 유아원생답게 눈빛 반짝이며 요것조것 질문 공세 이어진다.

벤치 아래 이 꽃 이름은 뭐예요?

가느다란 줄기마다 노랗게 피어 하늘거리는 꽃, 요건 고들빼기 꽃이야.

아이가 조그만 손으로 여리디 여리고 작은 꽃가지를 톡 꺾는다.

옆에 섰던 선생님이 아이 귀에 대고 살짝 주의를 준다.

꽃이 아프다고 하겠네, 이런 꽃은 여럿이 보는 거니까 꺾으면 안 되는 거라고 조용히 타이른다.

아이는 분질러진 꽃가지가 난처한 듯 엉거주춤, 어린 소견에도 표정관리가 곤란스럽다.

이처럼 현장학습 중에 자연스럽게 교육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거구나.

한 아이는, 의자까지 차지하고 시위꾼처럼 과장되이 위세 부리며 헛폼 잡는 사마귀가 무섭다.

메뚜기나 여치처럼 지 알아서 잽싸게 피하기는커녕 외려 사뭇 도전적인 사마귀다.

이 나이의 나도 사실 이 곤충은 좀 겁난다.

당랑거철 고사처럼 상대 가리지 않고 삐딱하니 고개 외로 꼬고 정면으로  꼬나보면 순간 움칫 해진다.

더구나 스르륵 날개까지 펼치며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데는 가소롭다기보다 한발 뒤로 물러나게 만든다.


할머니가 이 녀석 얼른 쫒아줄게.

모자를 벗어 사마귀를 멀찌감치로 후쳐내자 아이는 비로소 안도하고 의자에 앉았다.


볕 다사롭긴 하나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 부산스러워 전망대를 내려왔다.

가을 기운 소슬하게 스며든 곶자왈 품섶이지만 그래도 전망대보다는 안온했다.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와 손님들을 잔뜩 풀었다.

곶자왈 산책로는 울긋불긋 물색 고운 여행객들로 생기가 돋았다.

광주에서 왔다는 그 팀은 생경한 곶자왈에 대해 서로 이러쿵저러쿵, 별 구경거리가 없다며 불평을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여긴 그 흔한 해설사 하나 배치돼 있지 않다 보니 제주의 허파 역을 하는 곶자왈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우리에게 청정에너지를 주는 힐링공간인 곶자왈은 자연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생명의 공간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생명의 숲인 곶자왈은 곧 생태계의 보고다.

멸종 위기 보호종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식물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라 하자 놀라워들 다.

한번씩, 화순곶자왈에 들러 생태환경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는지라 간략히 곶자왈 특징과 중요성을 설명해 준다.

동시에 사진 포인트를 알려주거나 직접 사진도 찍어주었다.

어느 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단체가 아닌 개별적일 경우 혼자 숲길을 따라 걷다가 출구를 못 찾거나 길을 잃을 경우다.

안내 지도만 정확히 숙지해 둬도 되련만 자연에 심취해 걷다 보면 그도 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곶자왈은 여타 곶자왈에 비해 해가 잘 드는 편이어 밝고 환경이 비교적 쾌적하다.

시설 면에서도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날로 방문객이 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정례적으로 산책에 나서거나 맨발걷기를 하는 들이 다녀갔고 유아원 어린이들과 관광버스 손님들도 있었다.

일단의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곶자왈은 다시 명상숲처럼 고요해졌다.

가을 익어 가는 곶자왈 풍경 유독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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