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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04. 2024

아스펜 대신 용두산공원 은행잎

어제 뉴스에서 눈부신 은행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병마총이 있는 중국의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시안의 한 사찰 내에 있다고 했다.

중국 국가 보호수인 그 은행나무를 보고자
10월 말부터 입장이 허용된 경내에 하루 3천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고.

 하늘 높이 뻗은 은행나무의 장관에 매년 가을이면 네티즌들의 스타로 떠오른다는 나무다.

당 태종 이세민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의 나이는 물경 천 살도 넘는다.

아있는 식물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다.


근 1400년이라는 긴 세월의 풍상을 견뎌왔다는 시안의 명물 은행나무.

금가루처럼 내려앉은 은행잎이 신기해 신문기사 속 사진을 캡처하면서 아스펜 숲을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로 옮겨온 다음부터 가을만 되면 아스펜 노랑 종소리를 들으러 가곤 한 비숍 패스.


노랗게 아로새겨진 재작년 아스펜 숲길 풍광에 대한 아쉬움이 더더욱 스며들며

사브리나 호숫가와 남쪽 호수 주변의 금빛 물결이 그리워졌다.

꿩 대신 닭, 만추만 되면 불러내던 용두산공원 입구의 은행나무가 떠올라 남포동으로 나갔다.
 
용두산 공원 한 귀퉁이에 관광버스가 여러 대 대기하고 있었다.

아마도 공원 내에 대규모 면세점이 자리한 때문인듯했다.

중국 단체관광객들로 공원 시계탑 인근은 장터처럼 왁자하니 붐볐다.

사진 한 장 찍으려 해도 한동안 뜸을 들여야 했다.

물결처럼 몰려다니는 그들을 피해 한참을 기다렸다가 겨우 사진 몇 장 건졌다.

다른 수종은 거의 다 단풍이 들었건만 그러나 아직 푸른 기운이 더 많은 은행나무.

한때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 하여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졌던 나무였다.

혈액순환 보조제인 징코민을 추출한다며 초록 은행잎은 수출까지 되었다.

가을철 열매가 익으면 길거리에 떨어져 지저분한 데다 고약한 냄새나 피우기에 이젠 밉상이 된 나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심은 지 20년은 지나야 열매가 열려 손자대에 열매를 따먹기에 공손수라 불리는 은행나무.

대청동에서 용두산 오르는 언덕길에  빛의 터널 이룬 은행나무를 보러 갔던 길이나 헛걸음을 했다.

한쪽에는 부산 시인들의 시비가 서있어서 더욱 운치로운 그 길이다.  

이달 말경이나 되어야 금관 씌운듯한 은행나무 단풍 절정이라는 소식 전해질 듯하다.

그때 다시 용두산공원을 찾기로 하고 충무공 동상 한 바퀴 휘돌고는 내려왔다.

싱겁게 그냥 갈 수 없어 예전에도 즐겨 찾던 광복동 완탕 집에 들렀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하게 속을 덥혀주는 국물 음식이 당긴다.

완탕 한 그릇에 훈훈해져서 돌아왔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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