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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사가 Aug 28. 2023

탱고 이야기

짧은 여행기



아주 오래전 여수 세계박람회에서 아르헨티나 탱고 공연을 본 적이 있다. 풍부하고 매력적인 반도네온 소리에 9등신 미녀가 라틴계 남성과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매혹적이라 넋을 잃고 봤었다.


언젠가 꼭 배워봐야지 하고 다짐했었는데 치앙마이에서 맛보기로 배워볼 기회가 있었다. 원님만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무료 탱고 클래스에 참여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둥그렇게 모여 발을 끌어오고 턴을 하는 기본 동작들을 배웠다. 남성과 여성은 역할에 따라 동작이 달랐다. 기본 동작을 연습한 뒤 파트너를 바꿔가며 연습했다. 처음 배워보는 스텝에 처음 보는 사람과 가까이 몸을 맞대려니 낯설고 낯설었다.


선생님 쪽으로 시선을 두고 선생님 발과 내 발을 번갈아 보며 동작을 따라 하려고 하는데. 파트너가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내 눈을 봐. 나를 믿고 내가 리드하는 데로 따라와."


동작을 다 외우지 못했는데 괜찮을까 싶었지만 머리를 비우고 상대방을 따라가 보았다. 걱정은 잠시. 자연스럽게 상대가 이끄는 데로 탱고를 추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거구나....'


동작을 외우고 재현한다고 사교댄스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리드하고 리드당하는 ‘합’이라는 원리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더 이상 처음 보는 사람과 춤추는 게 두렵지 않아 졌다.


나중에 친구가 데리고 간 방콕의 한 쿠바 bar에서 라틴음악에 맞춰 인도인과 살사댄스를 출 기회가 있었다.

탱고 클래스에서 파트너에게 배운 대로 이번에도 상대의 눈을 보고 상대를 믿고 따라가 보았다. 처음 춰보는 살사 댄스인데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졌다. 때로는 상대를 리드하며 즐기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제는 살사댄스까지 섭렵하다니!


나는 사교댄스의 맛을 알아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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