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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Aug 15. 2021

8월 13일 독서기록

나는자급자족한다 오한기 장편소설. 어쩐지 궁지에 몰려 있는 작가의 상황을 소설로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느낌이다. 근데 이걸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 전반적으로는 스파이물을 흉내내면서 스파이와 사회를 풍자하는 소설이다. 자칫하면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내용임에도 작가의 화려한 입담으로 덮어진다. 모쪼록 재밌게 읽었다.


체공녀강주룡 박서련 장편 소설. 젊은작가상에도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고,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같은 작가의 작품인 줄 모르고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마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같은 작가의 작품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대안(?) 문학지 <던전>의 운영진이라고 하니 그의 독특한 위치를 더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소설 내용 자체는 계약 결혼임에도 달달한 감정이 가미되어 있다가 독립군과 노동운동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거울 수 있지만 주인공이 워낙 쾌활하고 강직한 사람이라 보완이 된다. 알아보니 실제 노동운동가였던 강주룡의 에피소드를 차용하여 만든 픽션이라고 한다.


스티브맥커리가까이더가까이 유명 사진작가를 다루는 만화 시리즈에서 김정기 작가가 참여한 책이다. 사알못이라 이름이 낯설지만 어쩐지 이름만으로도 유명하다는 느낌이다(?). 2015년 파리 테러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시작하여 주로 9·11 테러 당시 현장에 출동하여 사진 촬영을 한 에피소드가 주로 다뤄진다. 어쩐지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현장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건을 접했던 어렸을 때와 달리 느낌이 다르다. 제목의 부제가 최대한 가까이에서 저자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고. 전쟁 사진을 찍는 것과 이에 관한 윤리에 관해서는 <뱅뱅클럽>과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가 생각난다.


아도르노고통의해석학 아도르노 해설서로 읽은 책인데 분량이 짧은 반면에 압축된 내용이 많아서 이 책을 입문서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목차를 다시 확인해보니 내용이 세심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내 문제라는 생각에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싶다.


밝힐수없는공동체마주한공동체 『무위의 공동체』 이후 서간문 형태로 모리스 블랑쇼와 장 뤽 낭시가 주고 받은 글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더하여 블랑쇼 죽음 이후 데리다와 낭시의 추도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공동체는 한 번도 제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낭시의 말을 이어받은 블랑쇼는 존재할 수 없는 공동체와 연인(들)의 공동체를 탐사한다. 주제만으로도 너무 매혹적이므로 어떻게 이 책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낭시도 이에 대한 답장을 발문 형식으로 주석을 쓰지만 다소 보충 형태의 글이라 아쉬웠다. 그래도 낭시의 글 너무 좋다. 오랜만에 블랑쇼의 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냥 다 좋았다.


조울증과함께보낸일년 조울증을 앓았던 작가가 쓴 수기다. 최근에 독립출판으로 유행하고 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해외 저자가 쓴 책이기도 하고, 국내에는 18년도에 출간된 책이라 앞서 있기는 하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이전부터 작가였기 때문에 글을 확실히 잘 쓴다. 사실 기존에 읽었던 성격장애나 정신질환에 대한 글은 대부분 의사가 쓰거나 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주류였으므로 이러한 에세이가 병을 다소 왜곡할 수는 있어도 정신병에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유효할 듯하다. 책 자체가 조울증에 세세한 병증을 다루는 책은 아니므로 오히려 하나의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은 책이고, 같은 환자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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