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슷 Jun 10. 2024

[쓰발발오76] 나의 코어

어제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 그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을 듣고서는 오늘 내내 계속 생각했다. 사주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주상의 내 인생은 10대 때가 제일 안 좋다니까 친구들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리야 넌 늘 행복해 보였어"였다. 그래? 나 행복했나?


20대를 추억하면 떠오르는 건 행복했던 순간들인데, 10대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주를 듣자마자 공감했다. 10대 초 초등학교 전학, 중학교의 사춘기, 고등학교의 압박감. 혼란 그 자체였다. 생각은 많아지는데 그걸 다룰 줄도 몰랐다. 친구와의 관계도 어렵고, 내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고, 공부도 어렵고, 앞으로의 인생은 무섭기만 했다. 누군가 시간을 돌려준다면 20대로는 돌아가도 10대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늘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그랬던 내가 행복해 보였다고?


처음에는 10대의 내가 기특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거운 삶은 아니었고 그 고민들 속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아 신나게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라는 사람의 중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다. 엄청난 에너지를 뿜고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노느라 복도를 내내 뛰어다니던, 해맑게 웃던 나. 성인이 되고 나서 친구들한테 들었던 말들도 떠올랐다. 내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우주 최고라고 했던 말, 해맑음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치라고 했던 말, 내가 행복하게 웃을 때 덩달아 행복하게 해 준다고 했던 말, 내 코어가 해맑게 뛰는 거라는 말. 나의 가장 큰 장점이 해맑게 행복하게 웃는 것일 수도 있으려나?


물론 '행복'이라는 감정만 뚝 떨어져 증폭되어 내뿜는 건 아니다. 나는 모든 감정에 솔직하고, 그 표현도 직접적이고 크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을 제일 좋아해 준다. 불호를 표현할 때나 행복하게 웃을 때나 아님 다른 감정들을 솔직하게 보일 때 가장 많이 웃는다. 그냥 내 특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해보니 이게 내 본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큰 매력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내 뇌를 씻어낸 것처럼 맑고 시원해졌다. 이 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그게 무엇일지는 생각을 못 했지만 찾을 수 있다면 내가 가장 행복하게, 그리고 주변도 행복하게 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어 기쁘다. 나의 한 조각을 간직하고 나에게 내어준 친구에게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쓰밤발오75] 복 짓고 살아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