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1-2년 주기로 만나는 친구들, 어렸을 적 함께 먹던 즉석 떡볶이집에 가려고 만났다. 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오가는 길도 편하다.
만나자마자 한 친구가 나를 보며 '야 너 진짜 많이 차분해졌다.'라고 했다. 지금의 나는 어디 가서 차분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아니 오히려 진정하라는 말을 더 자주 듣고 사는데 말이다. 듣자마자 내가 성인 이후로 만난 사람들은 한 명도 그런 말 안 한다니까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지 너 중학교 때는 맨날 복도를 뛰어다녔는데... 란다. 처음엔 내가 그랬나? 싶다가 뛰어다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 맞다. 나 복도를 자주 뛰어다녔지.
친구의 결혼 소식도 들었다. 친한 친구 중에는 처음이라 놀라기도 하고, 안 믿기기도 했다. 14살의 우리가 여전히 생생한데, 결혼이라니. 우린 아직 애잖아?라는 상투적인 말이 떠오른다. 아직 반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결혼이 친구의 인생에 행복을 배로 만들어주는 증폭기이길 바라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던 사람이었는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도 함께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내 인생의 조각을 오랜 시간 나눠가진 사람들과 오래 얇을지라도 그 인연의 끈을 오래 이어가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감사함이 가득한 밤이다. 나에게 이런 인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앞으로도 많이 짓고 다녀야지.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