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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ug 28. 202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질문을 던져보려고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전산회계 1급, 세무 2급 시험을 봤어요. 7월 한 달 공부를 했고 8월 초에 시험을 봤어요. 언젠가 여기에도 이야기를 했죠. 두 가지 길을 걷겠다고. 결과도 나왔어요. 세무 2급만 합격. 회계 1급 시험을 볼 때 기세 싸움에서 밀려 말 그대로 말렸었거든요. 당연한 결과고 다행히 전산회계 1급 시험범위를 포함한 시험이 세무 2급이라 한 번 더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시험을 보고 나서 일주일은 쉬고 다시 달려보자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자마자 아팠습니다. 코감기가 심하게 왔어요. 코가 막혀서 괴로운 나머지 해결해 보고자 앉아서 자는 날도 있었고요. 5일 정도 앓았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8월의 반이 지나갔더랍니다. 무기력해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아팠는데 과거의 나에게 모진 질문도 하게 되었어요. "회피하려고 더 아프다고 생각했던 거 아냐?"라고요. 


그 후 8월의 반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지냈어요. 마음은 늘 하려고 했었지요. 몸이 선뜻 가볍게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괜히 온갖 SNS만 돌아다녔어요. 오늘 아침 핸드폰이 낸 통계에 하루 12시간을 핸드폰을 했다더군요. 라섹 후로 얼마나 아껴왔던 눈인데 하루의 반을 핸드폰만 봤다니 마음 한편 어딘가가 더 무너져 내렸어요. 아, 이제 나 스스로를 아끼지 않겠다? 


그렇게 당당히 브런치에 취준의 길, 프리랜서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문을 적어두고 갔으면서 나를 부끄럽게 여기는 시간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갑자기 백지의 상태로 돌아왔어요. 어떤 의지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나는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불안을 자주 가립니다. 불안을 마주해야 뭐라도 시작할 텐데 말이에요. 용기가 없어 뒷걸음질 치다가 낙관주의에 맞닥뜨린 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반복되고 있어요. 노동, 취업, 돈 등에 대한 제 마음이요. 저는 고등학생 때 20살이 되기 전 12월 31일에 죽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른이 되기 무섭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크게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한 번쯤은 깊숙이 들어가서 이 생각의 뿌리를 만나야겠어요. 질문을 던져보려고요. 저를 인터뷰해 볼게요. 도대체 왜 이러는지. 한 번 만나볼게요. 그래야 삶이 시작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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