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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Jun 16. 2024

[쓰밤발오82] 불안

며칠간 내가 여기에 평안하다고 썼던가. 그랬던 나를 비웃듯이 폭풍이 휩쓸고 간 오늘, 내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해 자꾸 울컥울컥 눈에 뭐가 올라온다. 심지어 버스에서는 멀미도 해서 어지럽기까지 하다. 


최근 평안했던 이유는 방향을 찾아서였다. 아르바이트도 구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인생이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그게 바로 커리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미래의 나까지도 언제나 잘 살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내 커리어가 어떻고, 지금 내가 다 끊어먹고 있으며 사회에서 나를 어떻게 보든지 말든지 신경을 끄고 나에게 집중했다. 평화로웠다. 


오늘 그 평화가 깨졌다. 내가 커리어가 깨진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내가 핑크빛을 꿈꾼다고 꽃밭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한참 늦었으면서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타령을 해? 미래가 우스워? 여러 질문이 떠오르고 동시에 불안해진다. 불안해진다고 과거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불안은 후회라는 큰 잔상을 남긴다. 이러다 세포분열하던 시기까지 올라갈 정도로 과거를 탓하려고 한다. 무섭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만 같다. 실체 없는 것들이, 허상의 것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너무 몽상가같이, 철없이 사는 건가 싶어 괴롭다. 


머릿속의 또 다른 내가 달랜다.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불안해서 그런 거니까 나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차피 살 길은 있다고,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 행복하면 된 거라고. 토닥여본다. 그래도 오늘은 감정이 쉽게 잠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은 망했는데 평화롭다는 타령이나 하고 속 편하다고, 현실을 좀 보라고 속에서 자꾸 외친다. 무섭다. 


오늘은 이렇게 쏟아내도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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