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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14. 2024

[쓰밤발오19] 회피해서 해피한 날

지금은 4월 14일 오전 1시 9분.


아직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정하지 못해서 잠을 못 자고 맥북 화면만 들여다본다.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오늘 일과를 병렬식으로 나열할 줄 밖에 몰라 몇 번을 지웠다. 일정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써야 할 텐데, 어제의 연장선에서 깊숙이 파고들어야 할 감정은 보이는 곳에 쓰고 싶지 않고,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일과는 수다 떨고 한바탕 웃었다는 단순해서 행복한 감상만 남았다.


길었던 하루의 끝의 잔향을 행복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더 모르겠다. 심지어 단순해서 웃을 수 있던 수다들이라 복기할 것도 없다. 마냥 웃었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잔잔하게 즐겁다.


언젠가 이별을 해야 사랑의 노래를 잘 만들 수 있다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글도 마찬가지인가? 단순하면 쓸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 어쩌면 쓸 말이 없는 삶이 단순하고 행복한 삶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타고나길 예민한 기질이라 생각을 멈출 수 없어 '좋은 것이 좋은 거다'라는 간단명료한 행복의 열쇠를 쥘 수 없을 것 같다만, 회피한 하루였던 어제에 이어 그냥 오늘은 단순하게 해피한 하루를 보냈다고 마무리하고 싶다. 단순하게.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어.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많이 웃었거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그게 오늘의 하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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