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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15. 2024

[쓰밤발오20] 암흑기의 시작

퇴사를 하고 가장 두려워했던 것 중 하나는 출퇴근할 일이 없다고 밖에 나가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거였다. 그러다가 무기력에 빠지고,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될까걱정하며 나만의 대책을 세웠다. 매일 운동하러 나가는 걸로. 이왕이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종목인 수영으로 선택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수영은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재밌어서 포기할 일은 없어졌다.


그리고 무릎을 다친 지금, 하루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동네 산책을 나가긴 하지만, 거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열흘정도의 시간. 일주일은 통증에 적응하고, 왼쪽 무릎을 덜 사용하며 생활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며 보냈더니 금방 흘렀다. 문제는 적응하고 나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멘탈이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렇게 큰 비용을 쓸 계획은 없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나간 큰 금액에, 본격적으로 취직을 준비하려던 차에 이런 일을 겪다니. 전에 썼듯, 이런 상황에 대해서 상상하지 않은 건 아니라 초반에는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억울하기만 하다. 도대체 왜?


세상에서 답도 없는데 나락으로 빠뜨리는 질문 중에 하나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해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다짐하며 살았고 잘 지켜왔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과거를 가정하게 된다. 축구를 가지 않았다면? 내가 미리 취직을 했었더라면? 아니 그냥 아예 환승이직을 했더라면? 비싼 취미인 피아노를 하지 않았더라면? 뮤지컬을 보러 다니지 않았더라면?


미래의 짐을 지금부터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쉽지 않다. 몸도 몸이지만, 멘탈이 무거워지니 사소한 것들에게도 큰 상처를 입니다. 생각보다 기운은 내야지! 다짐한다고 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사주팔자도 대충 그런 팔자길래 그런가 보다- 믿고 살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이 자업자득인 걸 알면서도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질문하게 되는 것도 쓰고 보니 더 비참해진다.


이렇게 징징거리기만 한 글을 올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인생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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