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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17. 2024

[쓰밤발오22] 글감을 다시 찾고

며칠 전에 과거에 했던 여행 이야기나 책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했다. 브런치북으로 시작하려고 보니 다시 주저하게 됐다.


먼저 여행은, 생각보다 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과거의 여행이고, 심지어 나는 친구가 짠 계획에 무임승차한 수준의 여행을 한 거라 정보를 줄 수도 없다.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하루 일기 쓰듯 곱씹어 보려고 떠올리니, 아무리 좋아도 10년 전의 하루를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다행히 그때 매일 써둔 일기가 있긴 하지만, 그걸 보고 쓰면 그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으니, 따로 글로 쓰다가 혹시나 여러 개가 모이면 엮을 생각이다.


그리고 책. 연재를 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권은 써야 할 텐데, 나한테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매일 책을 읽는다고 해도 쓸 말이 없는 책도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좀 더 제대로 쓰고 싶기 때문이다. 또, 매주 책 한 권씩 쓰려니 벌써부터 부담된다. 정답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나한테 엄청난 글을 기대하지 않는데도 벌써 무섭달까. 이렇게 시작도 전부터 무서워하면 결국 시작을 안 하게 된다는 걸 몇 십 년 동안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진입장벽부터 지우기로 했다. 영화랑 책이랑 번갈아가면서 쓰는 것으로!


사실 책보다도 안 보는 것이 영화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진짜 진짜 정말 정말 정답이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아마 내가 책은 비문학 위주로 읽기 때문에 좀 더 부담을 느끼고, 영화는 아무래도 책으로 따지면 문학의 장르니까 시작하기에는 좀 더 가볍달까? 다짐하자마자 오늘 영화를 봤다. 오랜만에 등장한 추진력에 어깨가 쓱 올라갔다.


내 생각을 잘 담아볼 생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보고 나니 감상을 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성어만 내뱉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거기에 감탄사 어떡해... 와 함께. 새삼 모든 책들에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내 사유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정말 내가 글을 잘 못 쓰는 이유는 사유와 통찰의 부재인 것일까.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영화를 봤는데, 또 다른 벽을 마주했다. 이게 뭐라고 참 어렵다.


그래도 써보려고 한다. 어디 출품할 것도 아니고, 분명 브런치가 여기에 글을 쓰도록 허락도 한 거니까, 그냥 성실하게 써보련다.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유도 하고 그걸 기술적으로도 담아낼 수 있겠지. 해보자.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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