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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19. 2024

[쓰밤발오24] 어떤 일이 일어나든 운이 좋은 거야

24일 중 처음으로 글쓰기를 잊었다. 자기 직전 오늘 읽은 책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다가 벼락 맞듯 생각났다. 노력 없이 글쓰기 능력을 얻고 싶다고 기록하다가 번뜩 떠올랐다. 100일이 될 때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쓰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무릎을 다치고 보조기를 착용한 지 딱 2주 차가 되는 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는데 무릎에 살짝 통증이 있었다. 지금도 전에 없던 통증이 있다.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지만 어느 블로그에서 무릎 내측 인대 파열은 2-3주면 통증이 없어져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심란하다. 나는 보조기 없이는 통증이 남아 있어서 방치할 수가 없는데, 혹시 내가 관리를 잘 못한 걸까? 산책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야 했나?


빨리 수영도 하고 싶고, 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 도서관도 다니면서 취준도 다시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들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으로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그럴 때면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가까운 도서관이 있어서 천천히지만 걸어 다니며 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는 것, 수술은 안 했다는 것, 마음껏 쉬고 있다는 것 등을 떠올린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세뇌시키듯 중얼거린다.


무릎을 다치던 날, 친구네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인데, 늑장을 부리다가 약속한 시간에 가지 못 할 것도 같기도 했고, 그렇다고 늦는다고 말하기도 왠지 귀찮았다.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이 운이 좋다며 반겨주셨다. 우리 집 건너편에서 탔는데, 택시가 보이기 시작하자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바뀌었고, 내가 타자마자 다시 바뀌어서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운이 너무 좋으니 꼭 로또를 사라고 하셨다. 나는 넉살 좋은 척 아 로또 되면 기사님 덕도 있으니까 연락드릴게요~ 하면서 내렸다. 올라가서 친구에게 택시 탔는데 기사님이랑 이런저런 수다 떨다가 왔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전 집 근처로 찾아온 그 친구를 만나 이야기했다. 그 택시 기사님이 운 좋다고 그랬던 것이 생각난다고. 그 말을 듣더니 친구가 ”그러게, 지금 다친 걸로 더 큰 화를 막았나 보다 운이 좋게 “라고 답했다. 나는 기사님이랑 이야기한 반대로 운이 안 좋았던 날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친구의 한 마디로 내 생각을 바로 바꿨다. 여전히 난 미래가 자주 무섭고, 불안하고, 심지어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럴 때면 현재에 집중하다가 친구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건 운이 좋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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