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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Apr 22. 2024

[쓰밤발오27] 그래요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20분째 글의 소재를 찾지 못했다. 제목에 [쓰밤발오27]만 적어두고 노트북 화면만 쳐다보다가 하루 종일 핸드폰만 봐서 사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눈을 상하좌우로 굴리며 운동 중이다. 오늘 내가 한 일은 하루종일 핸드폰 게임하기뿐이다. 늘 하던 루틴인 스픽으로 영어 공부, 듀오링고로 스페인어 공부, 30분 독서는 했지만 그 외에는 게임만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금요일에는 미세먼지로 밖에 나가지 않았고, 주말에는 비 때문에 나가지 않았다. 무릎 때문에 양말 신고 운동화까지 신는 것이 어려워 크록스만 신다 보니 미끄러운 땅이 무서웠다. 산책이라도 나가면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텐데 내 방에서 핸드폰 게임만 했더니 빨리 글 쓸 주제도 찾기가 어렵다.


심지어 지금도 빨리 이 글을 쓰고 게임이 하고 싶다. Block Blast라는 게임이다. 테트리스랑 비슷한 방식이지만 내려오는 블록을 한 줄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8x8 판형에 블록들을 퍼즐처럼 놓고 한 줄을 맞출 때마다 없어진다. 단순한데, 머리를 적당히만 쓰면 돼서 신나게 했다. 아- 오늘 브런치 스토리 계획 짜기로 해놓고 홀라당 까먹었네. 까먹었다는 사실도 잊고 게임만 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 머리가 아예 없다고 해야 하나? 머리를 빠르게 굴리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대학 입시 때 혹시나 준비해 볼까? 싶은 마음으로 적성고사 모의시험을 응시했다가 빠르게 포기했다. 쫓긴다는 생각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전략적으로 굴리는 것도 잘 모르는 것 같고. 차라리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몸과 머리를 던지는 것이 훨씬 편하다. 쓰다 보니 완전 모순이네? 하루종일 게임해 놓고.


나름 즐거웠다. 무릎은 이런데 취직은 어떻게 하지, 아직도 다리를 쭉 펼 때 통증이 있는 것이 맞는 건가, 제대로 치료가 되고 있는 것이 맞겠지, 언제까지 수영을 못 하는 거지?, 별로 없던 근육들도 다 도망가게 생겼네, 재택 알바라도 알아봐야 하는 걸까?, 밖에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뮤지컬도 보고 싶고, 아니야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난 운이 좋은 거야의 생각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매일 최소 한 세네 번은 존재했던 생각의 흐름이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글 쓸 말은 별로 없는데, 멘탈 상태는 좀 더 건강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럴 순 없지. 오늘 하루로 만족하고 내일은 생각하는 하루를 살아보자. 사유하지 않는 건 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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