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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28. 2024

[쓰밤발오63] 공원예찬

하루 중 가장 감사함으로 가득 찰 때는 산책할 때다. 집 바로 앞에 큰 공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특히 푸르다는 5월을 보장이라도 해주듯 청량한 하늘과 상쾌한 나무를 보면서 걸을 때면 이 장면을 만끽하려고 태어난 것도 같다. 저녁에 나가면 선선하니 걷기가 딱 좋은 온도인 것까지 화룡점정이다.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걷다 보면 공원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빌딩 숲 사이에 일부러 나무를 심고, 걷기 좋은 트랙을 깔아 두고, 여러 운동 시설을 만들어 놓은 공간. 나는 공원에 있을 때 내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가장 실감한다. 자연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 같달까.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인간의 섭리에 의해서 위치하고, 정해놓은 식물 종만 자라나는 곳. 빌딩 숲 사이에서 허락된 자연의 공간. 도시가 생기기 전에 공원 역할을 하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궁금증이 고개를 든 동시에 낯설어지지만 그래도 좋다. 초록색 계열이라곤 초록색과 연두색밖에 몰라 하나하나 어떤 색인지 말할 순 없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색 파도가 좋다. 파랬던 하늘이 노을에 물이 들어 분홍색 구름과 주황색 빛을 머금고 있는 순간도 좋다. 늘 같은 자리에 서서 걷는 나에게 상쾌함을 건네주는 나무들도 좋다.


숨을 깊게 마시고 뱉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어디에 살든 꼭 공원 옆에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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