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기계에서 건져 올린 내 마음
의심은 쉽고 확신은 어렵다.
지난 2주 동안 나에 대한 의심으로 출렁였다.
내가 얼마나 할 수 있고, 무엇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인지
밤마다 묻고 또 물었다.
무료 챗GPT 조차 나의 계속된 질문에 멀미를 느끼고 업그레이드를 권했다.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지금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
아이의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이 필요했다.
아침 열 시, 아이를 보내고 곧장 상가로 향한다. 잠이 덜 깬 상가에서 유난히 발랄한 불빛과 음악이 번쩍인다. 여기는 무인 인형 뽑기 가게. 평일은 아침 1시간, 금요일과 주말은 오전 오후 1시간씩 가게 청소와 인형 정리를 하는 일이다. 먼저, 기계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본다. 코인 액정에 불이 꺼져있다면 지폐나 카드가 끼여있을 확률이 높다. 열쇠로 문을 열고 주인 잃은 카드는 지폐교환기 위에 가지런히 둔다.
분실된 카드가 꽤 있는데 아직도 찾아가지 않는다. 어떨 땐 장을 보고 둔 장바구니,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봉지도 있다. 밤새 사람들은 잠깐 이 곳에서 시름을 잊었는지 모른다.
기기 안, 흐트러져있는 인형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도 업무다. 사용자와 눈이 잘 마주치도록 놓거나 작은 인형들은 평평하고 가지런하게 정돈한다. 인형의 머리는 위로 엉덩이를 아래로 잘 눕혀 뽑히기를 기다린다.
사장님께 인형을 잘 뽑는 꿀팁을 묻자 "돈을 많이 넣고 하면 돼요."란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건 뽑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노하우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다.
새로 생긴 인형가게라 청소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밤새 날아든 벌레들과 가끔 사투를 벌이기도 하지만 바닥을 쓸고 닦고 기기들과 자주 손이 닿는 곳을 걸레로 닦으면 그만이다. 1시간 이내에 끝내는 일이라 부담 없어 지원했는데 문제는 금요일과 주말 오전, 오후를 정리하고 집에 가면 나의 공간도 청소와 빨래,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왠지 하루 종일 청소만 하는 것 같은 기분. 유쾌하지 않았다.
게다가 금요일과 남편이 없는 주말,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문제다. 금요일은 시간에 맞춰 미술학원에 보냈다. 몇 달 동안 아이가 졸라서 다시 다니게 되었다. 아이를 맡기고 청소를 하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들어와서 또 저녁을 하려니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시키고 싶어졌다.
주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전에는 아이와 함께 갔는데 잘 기다려준 아이에게 뽑기 선물을 안 할 수 없게 된다. 나도 좋아하기에... 한두 개 뽑다 보면 오늘 일한 페이 정도는 가볍게 휘발된다. 문제는 오후 시간이다. 첫날은 아이 친구 엄마에게 부탁했다. 미안한 마음에 오전에 일을 마치고 뛰어와 점심을 만들고 집 초대를 했다. 반나절을 놀고 출근을 할 때쯤 키즈카페에서 아이를 부탁하고 다녀왔다. 덕분에 길고 긴 연휴 시간은 순삭이지만 집에 돌아오니 체력이 바닥났다.
그만 둘 이유도, 계속해도 괜찮을 이유도 비슷했다. 어떤 선택도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3박 4일 정도 치열하게 고민됐고, 간혹 자책했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는데, 나는 왜 그만두기까지 결정이 어려웠을까?'
혹시 이런 일도 쉽게 포기하는 것에 대한 자책.
작은 일이라도 '일하고 있다'는 감정을 외면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번다는 건 시간을 쪼개 쓰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덜어내는 일임을.
그게 두려워 다시 시작하지 못했으면서.
플로베르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여성 시인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나를 괴롭히는 뭔가가 있는데,
그것은 내가 나의 크기를 모른다는 것이지.
스스로 아주 차분하다고 생각하는 이 자는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해. 그는 어느 정도까지 당길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근육의 정확한 힘을 알고 싶은 거야."
줄곧 그랬던 것 같다. 나의 능력과 힘을 의심하면서 흘러왔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내게 부과한 무게를 감당하며
나는 얼마만큼 나아갈 수 있을까.
모든 사물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중략)
꽃병은 꽃을 담을 수 있다.
우리 주변의 것들은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담고 있다.
힘든 일이며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But then ther is the noxt moment
and th next day and
hold on.
- 마이아 칼만, <Women holding things>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