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세살 루아

물놀이장 갈래?

아이스 핫초코 모녀의 주말

by 알미

토요일. 날은 어둡고 비가 오락가락한다.

느지막이 일어나 한참을 뒹굴거리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다.

"체육공원에 물놀이장 생겼대. 가보자!"

"나가고 싶은데, 가기 싫어."


맙소사. 너무 나 같아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무서운 DNA.

아이스핫초코 엄마의 뒤를 이을 '리틀 아이스핫초코'의 탄생이었다.


아이의 하루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걸까?

집 가까이에 새로 생긴 물놀이장에 대한 정보가

맘카페에 줄을 선다.

날이 좋은 날은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고,

아이의 친구는 이미 물놀이가 한창이다.

참 육아동지들은 부지런하다.


무언가를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마음이 불편한 육아의 주말.

잠시 심호흡을 했다. 지금 생기는 답답함과 짜증은 습기 때문일 거다.

집에 있고 싶지만 집에 있으면 해야 할 집안일과 요리가 자꾸 내 살갗에 달라붙는 기분 때문일 거다.


아니면 부러움 때문일까?


나는 부러움에 특화된 사람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기억했다가 잠들기 전, ‘그런 사람이 나였다면… ’ 상상한다.


우선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아이 친구 엄마들의 외모와 스타일이다.

보통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눈이 가기 마련.

참여수업이나 행사 때 여리여리 예쁜 외모를 가진 데다 스타일이 좋은 학부모.

아이의 머리도 어쩜 그리 잘 묶는지, 아이 옷 스타일도 좋아 보인다.


스트레스를 고강도 운동으로 푸는 엄마.

그녀는 크롭티가 잘 어울린다.

아이들과 놀 때 동작이 크고 재미있어서 아이가 이모를 잘 따른다.

사는 곳의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아이와 바다. 모래. 숲…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수시로 차를 몰고 산으로 바다로, 아이와 탐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집 밖을 나가는 것도, 장거리 운전도 마음먹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나는

그녀가 좋고, 멋있고 부럽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착착 해내며,

아름다운 취향과 여유로운 태도를 가진 여성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생각한다.

단정한 집안과 제철음식을 요리하는 그녀들이 얼마나 바지런한 삶을 살고 있을지…

임신 때보다 더 체중이 불어나고 무기력한 내 모습에 아이에게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엄마를 하나도 안 빼놓고 사랑해”라고 말해 주는 아이가 나의 유일한 '믿을 구석'이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은데, 이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

선택은 두 가지였다. 물놀이장이 아닌 시원한 카페나 마트, 도서관을 가는 반나들이를 제안했다.

아이가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눈치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은 세상 게으른 집데이다!


빨간 체크무늬 돗자리를 거실에 깔고 벌러덩 누웠다. 아이도 신나 내 배 위에 머리를 베고 눕는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인형이며 그림 도구, 탁자...

아이의 세간살이가 점점 늘어나고 거실은 좁아진다.

'언제 또 치우나' 싶었지만 짐짓 모른 척했다.


뭐 시원한 것 없을까 찾아보는 중 가장 쉬워 보이는 얼음놀이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우리 얼음 그림 그릴까?"

단박에 아이 얼굴에 생기가 돋는다.

"정말? 좋아!"


그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필요가 없지.

고마워 루아야.



초간단! 시원함을 보장하는 놀이


얼음 놀이


준비물: 얼음, 쟁반 or 베이킹트레이,

수저, 물감, 소금

얼음을 쟁반에 올려놓고 수저나 손으로 밀며 굴려보기.

얼음 위에 물감 몇 방울 떨어뜨리기 - 얼음이 물들며 녹는데 색깔이 생각보다 예쁘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는 소금을 살짝 뿌려보기

얼음이 녹으면서 재미있는 패턴이 생기는데

별거 아니지만 아이와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우와~~“ 하고 신기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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