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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an 27. 2022

찌질한 하루의 탐험

나를 안아준 톡

상대방은 별일 아니라는데 어쩐지 신발에 들어간 작은 모래알처럼 마음에 걸리는 하루가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을 호수만큼 모았다가 바다가 되기 직전에 만나는 오랜 지기가 있다. 여고시절 다크한 내 마음을 처음 내보이며 어둑해질 때까지 함께 그네를 탔던 기억.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던 친구. 지금은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친구 중 하나이다. 몇 번 질투와 자극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의 꾸준한 성실함과 근사한 호기심 취향에 이제는 넘사벽 작가님이 되었다.

 

만나자는 약속을 몇 주 전부터 하고 중간중간 톡으로 서로의 안부와 기대의 마음을 톡으로 전하며

디데이를 기다렸다.

우리의.. 아니 나의 계획은 이랬다.

우리 집 근처로 오는 만큼 편안하게 만날 수 있되 음식이 맛있고, 공간이 편안한 브런치 집이어야 할 것.

마침 남편이 쉬는 날이니 아기도 잠깐 인사할 수 있을 것.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의 수다를 방해할 수 없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잠깐일 것.


고민 끝에 친구도 만나고 남은 시간 놀이동산 퍼레이드를 볼 생각으로 롯데월드를 생각해냈다.

롯데몰에 유명한 브런치 집이라면 맛은 중간은 하겠지 일찍 온 친구와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와 남편을 인사시키면 되겠구나.

알찬 일정이란 생각에 친구에게 간단히 브리핑 후 내 마음은 놀이동산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늘 밥을 사주는 친구에게 그럴듯한 선물을 준비해놓으니 마음이 크리스마스 같았다.


결과적으로 이 이벤트는 실패했다. 어이없게도

롯데월드와 롯데몰은 걷기에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건물이었다. 일 때문에 짐이 무거운 친구는 걷기 힘든 거리였고 반대편 칭얼대는 아기와 아빠는 진이 빠져있었다. 게다가 퍼레이드 입장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밥만 한 시간 먹고 헤어진 적도 있는 친한 친구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 우매함에, 시간 계산도 못하고 바보 같음이 너무 속상했다.


몇 번이나 친구에게 괜찮다는 말은 들었지만 친구와 아기, 남편까지 모두를 힘들게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말하니 이런 톡이 왔다.


 괜한 일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나
그런 생각 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이벤트로
싱글싱글한 행복을 만드는 게
너의 장점이자 강점이잖니.


힝. 안아주는 톡이다. 횡설수설 하루를 듣고도

“넘 참 괜찮은 사람이야.” 말해주는.

오늘 누군가에게 손가락에 피어난 거스름처럼 거슬리는 일이 있다면 그럼에도 괜찮은 사람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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