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 기적처럼 사라졌다.
그동안의 고통을 떠올리며, 편두통과 이제 영원히 결별한 것이라 믿었다.
한동안 들떠 있었고, 그 이별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얼마 전, 불쑥 다시 찾아온 통증에 적잖이 당황했다.
1년을 함께한 연인과 이별하더라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듯, 10년 넘게 내 곁을 맴돈 편두통이 그렇게 쉽게 떠나겠는가.
결혼, 육아, 그리고 직장 생활을 동시에 이어가면서 예민해진 나에게 두통은 어느 날 수줍게 찾아왔다.
그 후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아고, 머리야..." 입에 달고 살았고, 신경 쓸 일이 많아질수록 두통은 더욱 가혹하게 나를 흔들었다.
돌이켜 보면, 예전의 나는 편두통을 앓는 친언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두통을 호소하는 언니가 지겨워, 모진 말을 내뱉기도 했다.
"약 먹어. 약 먹으면 되잖아. 얼마나 아프다고 그렇게 끙끙 앓냐."
그땐 몰랐다.
약이 듣지 않으니 먹지 않았겠지.
이제야 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제는 두통을 다스릴 생각에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오전을 넘겨버렸다.
카페인에 민감한 몸이라, 밤에 잠을 설칠 것이 걱정되어 오후에는 마시지 않기로 했는데… 그 선택이 결국 강한 통증을 불러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머리를 움켜쥐고, 마음대로 주물러대는 듯한 느낌이었다.
듣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알약 두 알을 털어 넣었다.
하교하고 돌아온 아이를 일어서서 맞이할 수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누워 있는 나를 보고, 아이는 말없이 제 할 일을 했다.
오늘은 어제처럼 하루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읽지 못한 책을 읽고 싶었고, 아이와 공기놀이도 하고 싶었다.
아침 운동을 마치자마자 차를 몰아 카페로 향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비웠다.
단순해지자 했으면서도, 머릿속 생각들은 여전히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
비우자.
예민한 성격 탓이라 생각해 본다.
생각이 많은 탓이라 여기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번엔 너와 정말 결별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