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봄날의 옥토

아침 산책길에 비를 만났다.
우산 없이 걷고 있는데, 빗방울이 내 머리를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비와 교감하는 듯한 느낌에 묘한 기쁨이 차올랐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봤음에도 나는 일부러 빈손으로 집을 나섰다.
끝을 알 수 없는 하늘 저 너머, 그 높은 곳에서 탄생한 빗방울들을 우연히 만나고 싶어서.
새처럼 나무처럼 나도 그저 아무 말 없이 비를 맞아보고 싶어서.

오늘처럼 왜인지 모르게 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단발머리의 나는 붉은 체크무늬 치마와 흰 블라우스의 교복을 입고
친구와 함께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우리는 우산이 있었지만, 비를 맞기로 했다.
신발주머니에서 슬리퍼를 꺼내 신고, 신고 있었던 양말과 신발은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우산을 쓰며 걸을 땐 옷이나 가방이 비에 젖을 새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지만,
양손이 자유로운 우리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고, 빗방울은 순수한 얼굴에 튀어 반짝였다.
나는 비가 시작되는 처음 순간을 찾고 싶었으나, 아무리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아도 그 비밀을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를 둘러싼 비에 시선을 돌렸고, 악의 없이 무심하게 계속 내리는 비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느 여름 오후에 내렸던 그 비는, 시원하고 맑고 다정했으며 마음속 근심을 깨끗이 씻겨내 주었다.
오늘 아침 만난 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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