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카락이 제법 많이 올라와서, 참고 참다가 오늘 염색을 하러 천연 염색방을 방문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 곳인데, 중년의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여자분이 염색약을 발라주면, 머리를 감기고 말려 주는 건 주로 남자분의 몫이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친근한 이웃집 사람 같은 느낌의 부부다. 요즘엔 이웃에 산다고 다 친근한 건 아니지만 :)
이런저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의 여자분. 그래서 죽이 잘 맞는 고객을 만나면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남자분은 주로 조용히 계시는 편인데, 여자분이 고객과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의 의견을 묻거나 대화 주제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대화에 참여시키는 듯했다.
나도 그곳을 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남자분처럼 대화에 동참하곤 했다.
2년 가까이 가다 보니, 그분들과 친근한 유대가 생겨서였을까 이젠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눈다.
오늘은 나 외에 다른 고객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부동산 정책 얘기서부터, 자녀 키우는 이야기, 직장 이야기, 건강 이야기....
여자분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꺼내었고, 우리는 거기에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다 문득 궁금했다.
큰 딸이 26살이라고 하니 결혼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을 것이고, 부부가 함께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늘 사이가 좋아 보여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본인들도 예전엔 많이 다투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부는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여자와 느리고 소극적인 남자였다.
게다가 완벽주의자인 아내는 남편을 보고 답답하거나 서운한 일이 많았고 자주 다투었지만, 오래 겪으며 깨달은 것은 남편을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노력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타인이 봤을 땐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성찰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남편을 보며 답답해하고,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너무도 달라 갈등을 겪고 있는 나와 남편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는 나의 생각이 강했음을 자각했다.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어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단정 짓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그들에게 부부 상담을 하고 있었다.
30년 연륜의 부부에겐 역시 배울 점이 많았다.
나는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한 척, 상대방도 완벽하길 종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좀 더 유연하고 관대해야 하는데, 남편에게만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보편적으로 옳다고 판단되더라도 내가 만든 잣대를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세상살이에 정답이 없음을 나는 자주 상기해야 한다.
30년 동행한 부부를 보며 어쩌면 부부의 길은 완벽한 합이 아닌, 다름 속에서도 함께 걷는 연습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했던 생각들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