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라도 좋다

by 봄날의 옥토

중학생이 된 아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와 밖에서 노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도서관, 카페, 영화 등 다양한 코스를 제안해 보아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오늘은 아들과 데이트를 하려고 꾀를 냈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면 이젠 궁리를 해야 한다 ㅠㅠ
며칠 전부터 목이 칼칼하니 아프더니 어젯밤에는 잠까지 설쳤다.
"너, 비염약 처방받으러 엄마랑 병원 가자. 엄마도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든."
처음엔 가기 싫다고 했다. 며칠 뒤 가자고 미루는 것이었다.
"엄마가 며칠 참았는데,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같이 가자. 응?"
마지못해 따라나서는 아들.
"우리 진료 마치고 가까운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 마시면서 책 보는 거 어때?"
"그래. 그럼 나는 학원 숙제할게."


병원에 도착해 보니, 대기 환자가 많았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어차피 아들과 데이트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병원 대기실에 앉아서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서로 속 얘기도 털어놓고 장난도 치며 즐거웠다.
중학생이 되고 바빠진 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비록 병원 대기실이지만 행복했다.

진료를 마치고 카페에 갔다.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나는 책을 읽고, 아들은 학원 숙제를 하고, 간혹 서로 궁금한 걸 물어보며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얼마 만에 하는 아들과의 데이트인지 모르겠다.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감정 기복이 생긴 나(갱년기라고 하기는 싫다 --;;) 사이에 갈등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좀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다 씻겨나간 듯한 기분이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음엔 또 어떤 궁리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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