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치기 어린 삼총사는

by 봄날의 옥토

나의 대학 시절 8할은 동아리였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대학교 합창단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좋은 선후배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동기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정말 즐거웠는데,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오는 친구들도 몇 명 있다.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처음으로 해방의 기쁨을 느꼈던 그때, 순수한 스무 살의 청년들은 무얼 해도 즐거웠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20년도 훌쩍 지났지만 그 시절을 회상해 보면 아름다운 추억들이 참으로 많다.

동아리에 들어가고 석 달쯤 지났을 즈음, 선배들 앞에서 '백일잔치'라는 이름으로 작은 공연을 준비하며 즐거웠던 시간, 동기들 생일이 돌아오면 학교 앞 맥줏집에 모여 신나게 놀던 일, 만 스무 살(그 당시엔 만 스무 살이 성인의 기준이었음) 성년의 날에 자축하며 파티를 했던 일, 여름방학에 바닷가 옥탑방을 빌려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놀았던 일, 매년 두 번의 공연을 함께 준비하던 일, 방학이 되면 산과 바다로 MT를 갔던 일...

청춘 남녀가 모여있다 보니 풋풋한 커플이 생기기도 하고 짝사랑으로 아픈 마음을 달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시절에 내 청춘을 동아리에 흠뻑 쏟아부었던 것 같다.

그 친구들 중 토목공학과 남사친 두 명과 나는 삼총사처럼 자주 붙어 다녔는데, 항상 시끌벅적 재미있었다.
우리 셋은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누구든 월급날이 되면 삼총사가 모이는 날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우리의 청춘이 아름답다는 걸 자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날이 좋으면 맥주와 과자를 사들고 학교 잔디밭에 퍼질러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배가 고프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기도 했다.

걸으면서 장난치고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서 학교에서 우리 집까지 3시간을 걸어가기도 했다. 홍일점인 나를 꼭 집까지 데려다줬던 녀석들이다.

서로 한마디만 하면 까르르 웃었던 그 청춘들은 지금은 모두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사회에서는 중견 직원, 가정에선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만나지 못한 세월이 길다.
간혹 소식을 전해 들을 뿐,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지 못한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다.

두 녀석 다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먼 곳으로 가는 바람에 더욱 그랬지만, 간혹 한 번씩 생각날 때가 있다. 내 청춘의 한 자락을 그들과 함께 했으므로.


궁금하다. 그들의 20년 세월이.
언젠가 한 번은 만나서 그 시절처럼 치기 어린 삼총사로 다시 뭉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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