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망설이지 않는다

by 봄날의 옥토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다.
해수욕을 하던 피서객들은 이젠 비를 피해 흩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하늘과의 경계가 더욱 모호하다.
물안개가 수평선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피어오르기 때문일까.

빗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성난 파도는 해변으로 밀려왔다 돌아가곤 한다.
비안개 가득한 숲속 나무들은 빗물 머금으며 가만히 흔들리고, 젖은 날개 아랑곳없이 날아다니는 참새 무리들.
어느 것 하나 고민 없이 주어진 상황에 몸을 맡긴다.

밀물과 썰물이, 바람이, 구름이, 눈이, 비가, 길가의 풀 한 포기가, 낮과 밤이, 봄여름 가을겨울이...
저마다 제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그들에게 망설임이란 없다.

망설이는 건, 바닷가 해변에 홀로 앉아있는 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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