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대학시절 친구인 그녀는 사람이 이렇게 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다.
화내는 건 물론 찡그린 표정조차 본 적이 없다.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한항공 전산팀에 입사했다.
서울로 올라가게 되면서 자주 보지 못했지만, 몇 년에 한 번 보더라도 한없이 편한 친구다.
오랜만에 듣는 소식이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으련만, 다른 친구를 통해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 들었다.
대학교 때 친구들 몇 명이서 함께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집을 나섰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멀리서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친구가 다가왔다. 많이 울었는지 눈이 부어있었고, 특유의 선한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고인이 되신 아버님 빈소에서 예를 갖춘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었다.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 뻔한 얘기는 하기 싫었다. 가족의 안부를 묻고 추억을 끄집어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 밖에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어느새 모두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어릴 시절 친구라 그런지, 만나지 못한 세월이 길어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삶의 동그라미는 돌고 또 도는 것인가 보다.
한창 결혼식장에서 만나던 친구들을 이젠 장례식장에서 보고 있으니, 또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자녀들 결혼식장에서 보게 되겠지.
장례식장을 나서며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친구가 빨리 마음을 추스르길 바라고, 다음 만남에서는 그 시절 우리처럼 웃음소리만이 가득하길 기대한다.